'감사의견 거절' 대우건설은 당혹…건설업계는 초긴장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안재용 기자 | 2016.11.16 04:23

2013년 분식회계 제재 이후 또 회계 이슈…매각 앞둔 대우 vs 회계 강화 안진

대우건설 본사.
대우건설이 올 3분기 분기보고서 외부감사에서 이례적으로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으면서 건설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파로 강화된 회계기준의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감돈다.

15일 대우건설은 전날 지정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3분기 분기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우건설은 앞서 2013년 3800억원 규모의 회계처리 기준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감사의견 거절은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은 현대페인트, 한국특수형강 등 두 곳뿐이다. 이 둘은 현재 상장폐지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상장폐지가 예정돼 있다. 올 들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게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대우건설의 경우, 반기 혹은 연말 결산보고서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관리종목 지정이나 거래정지 같은 조치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분식회계 논란으로 제재를 받은 업체에서 또 다시 회계 이슈가 불거져나온 만큼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가 하락 등 이번 회계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대우건설 매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입했을 당시에 비해 3분의1 토막이 난 상태다.

건설업계는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이 공사수익이나 준공예정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매각 전에 회사 수익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준공예정원가를 다소 부풀린다든지 하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무엇보다 회계 강화 여파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준공예정원가를 명확한 근거 없이 잡거나 손실을 묵혔다 한 번에 털어내는 등 관행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보수적인 기준을 세우고 필요한 증빙서류를 꼼꼼히 갖추게 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공예정원가 책정이나 해외 현장 손실 반영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막겠다는 판단이다.

주식시장에선 대우건설 감사의견 거절로 건설업종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연말 결산보고서가 '적정' 의견을 받기 전까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제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료 보완으로 적정의견 회복이 가능해 상장폐지 등 극단적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명백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투자의견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건설업 특성에 따른 단순한 자료 준비 부족이 원인이라며 수익 부풀리기 등 논란 확산에 선을 그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반기나 연말결산 때가 아닌 분기에는 세밀하게 자료를 준비하지 못할 수 있다"며 "회계법인과 이견이 있었던 부분만 보완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도 "감사인이 요구하는 자료를 대우건설에서 다 전달하지 못해 생긴 문제로 보인다. 연말 감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신중론을 폈다.

다른 한편에선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곤혹을 치른 안진회계법인이 2년간 대우건설의 지정감사를 맡으며 매우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게 이번 감사의견 거절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파가 여전한 데다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기준도 불명확한 탓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감사를 진행, 의견거절이 나온 것 같다"며 "연말에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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