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뒤덮은 촛불시위, 분노 넘어 축제 분위기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6.11.12 22:36

광화문 광장 촛불 문화제, 공연 즐기고 가족·시민들과 호흡…'촛불 축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2016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최순실 사태'에 서울 도심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은 분노만 표출하지 않았다. 상당수 시민들은 마치 축제에 참여한 듯 열린 광장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며 시위를 즐겼다.

12일 저녁 7시30분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행진을 마치고 촛불집회에 합류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를 즐기는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주변 세종문화회관 계단은 물론 일대 거리까지 뒤덮었다. 문화제에는 방송인 김제동·김미화씨 등이 참석해 발언했으며 가수 이승환·정태춘·조PD 등이 공연을 펼쳤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생기가 넘쳤다. 사회자가 문화제를 시작하면서 "오늘 오신 분들 모두 100만명"이라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사회자의 '100만 촛불 파도타기' 제안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부터 세종대왕 동상까지 시민들이 환호와 함께 촛불 파도타기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문화제 첫 번째 순서로는 성심여고 학생들이 발언에 나섰다. 성심여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다. 이날 학생들은 박 대통령을 '선배님'으로 부르며 "재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였음에도 박근혜 선배님께 대답을 듣지 못해 이 자리에 섰다"며 "선배님과 우리 후배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숨긴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길 바란다"며 "진실을 듣고 싶다"고 외쳤다.

뒤이은 공연에서는 나훈아의 '18세 순이' 가사중 '나는 가야해'를 개사해 '하야해 하야해 이제는 하야해'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가수 이승환의 공연 때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콘서트 분위기를 돋구었다.

곳곳에서 시민들끼리 자발적인 모임도 마련됐다. 낮부터 밤까지 시위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거리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바닥에 동그랗게 앉아 촛불을 켜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를 펴고 간단한 식사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습도 많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시위에 참여한 아이들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한 50대 시민은 아내에게 휴대폰 영상통화로 시위 현장을 보여줬다. 이 남성은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혼자 나왔다"며 "현장을 보고 싶어해 영상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일부 예술가의 독특한 시위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인사동 쌈지길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이진경 작가는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준비했다. 이 작가는 "'하야', '퇴진' 등 구호들이 너무 거칠어 다양한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에서 피켓을 준비했다"며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켓에는 '지금이 아이를 구하고 나를 구하고 나라를 구할 때',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먼저 간다', '잡것들이 망친 나라 우리들이 살려낸다', '자유는 흐르는 것' 등 문구가 담겼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다양한 시위 문구가 담긴 피켓 수십장이 바닥에 놓여있다. 인사동 쌈지길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이진경 작가가 준비한 피켓이다. /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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