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종룡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6.11.11 05:55

[the300]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얼굴을 감싼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9/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한목소리로 반대했던 야권이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두고 갈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명 철회, 국민의당은 임명 찬성이다. 새누리당이 10일 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우선 진행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다시 한 번 국민의당의 손에 캐스팅보트가 쥐어진 상황이다.

임 후보자를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최순실 게이트'와 '트럼프 리스크'의 쌍끌이 외유내환으로 경제가 바람 앞의 촛불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위기를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 대해서도 의심할 이는 없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용병술'을 고민할 수밖에 시점이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불과 한달 전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를 초래한 서별관회의 멤버라고 임 후보자를 몰아세웠던 당사자들이 이제는 상황 논리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서 임 후보자를 질타했던 국민의당 의원들이 누구인지는 회의록만 들춰보면 알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망가뜨린 책임자로 지목했던 이를 위기극복의 적임자로 받아들이려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더 슬픈 것은 임종룡 구원투수론이 수용되는 장막 뒤로 아른거리는 호남인사론의 그림자다. 연말 예산심사를 앞두고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예산권을 쥔 호남 출신 경제부총리의 탄생 가능성을 두고 찬성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스멀거린다. 국민의당 의원 대다수가 호남 지역구가 뿌리다.

집권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트럼프 당선'을 놓고 "먹고사는 문제가 성추문을 이겼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그의 말대로 먹고사는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나라살림을 맡길 곳간지기를 논하는 이들의 손바닥 뒤집기가 더 아쉬운 이유다. 원칙과 소신이 약동하는 사회를 바라는 게 이토록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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