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순실 사태, 기업들에 '약' 되려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6.11.11 06:12
지난 8일 오전 6시 40분. 검찰 수사관 약 20명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무실과 그룹 핵심인 미래전략실 등을 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예상과 달리 11시간 동안 강도 높게 진행됐다.

이날 수십 명의 취재진이 사옥 1층 로비에 몰렸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경호팀은 철통보안에 나섰고, 사옥을 찾은 외국인들은 무슨 일인지 물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검찰의 삼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 만이고 삼성이 중구 태평로 사옥에서 서초사옥으로 이전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압수수색은 일련의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기업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 씨 등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 수사만큼이나 기업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것은 일반 국민들의 반응이다. "결국 기업이 이득을 위해 돈을 준 거 아니겠어." "기업들이 알아서 돈을 줬겠지."
직장인, 자영업자, 학생 가릴 것 없다. '외압'을 뿌리치기 힘든 기업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기업을 완전한 '피해자'로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최순실 사태'로 반(反)기업정서가 또다시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권력의 행태 못지 않게, '설마'했던 기업들의 정치권 '상납'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치에 발목 잡힌 기업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반기업정서 희석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에 돈도 많이 썼다.
하지만 기업, 특히 일부 대기업의 위기는 기업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크다. 여전히 진행형인 수사에서 또 어떤 형태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잘못에 대해선 반성해야 하고 외압에 자유로울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범죄에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도, 정치권이나 정치 기생세력들에게도 언젠간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이 돌아간다는 전례를 남기기 위해서도 그렇다.
최순실 사태가 기업들에게 '약'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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