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책…美 고급 인재 유출 쓰나미 되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6.11.10 15:36

'H1B 비자 심사 강화→유학 과학자· 이민 엔지니어 대거 유출→中 유치 '블랙홀 전략'

도널드 트럼프. 출처=트럼프 인스타그램.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세계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업계의 유수 인력 스카웃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주창해왔던 국수주의 체제로의 전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실리콘밸리를 이끈 이민자 출신의 엔지니어, 미국 과학기술계를 지탱해 온 미국 유학 과학자들의 대거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립각 세운 실리콘밸리=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의 과학자·엔지니어들이 미국 기술을 유출하고 있다”며 외국인 혐오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실제 트럼프 진영은 해외 인력 유치보단 국내 실직자 구제에 초점을 맞춘 ‘자국민 우선주의’와 반(反) 이민 공약을 주창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축소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지기술 기업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판단이 미국 경제성장의 추동력이던 실리콘밸리의 근간을 무너뜨릴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실제로 애플·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미국 5대 IT 대기업은 인도나 중국 이민자 출신의 엔지니어 인력을 적극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트럼프보다 이민자 포용책과 여성·소수자들의 스타트업(초기 벤처)을 지원하겠다는 클린턴의 공약을 지지해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도 해외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한 H1-B 비자 발급 조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 이곳 창업 인구 절반은 이민자 출신이다. 때문에 트럼프의 전통산업 회귀 기조와 이민자 억제 정책이 해외 인력 유치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 성과가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책 기조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큰 고심에 빠졌다.


과학계 사정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과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전문가를 초빙, 그들이 직접 국가 R&D(연구·개발)에 참여토록 했다. 하지만 해외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트럼프 진영이 지금의 정책 기조를 뒤집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中 유출 인재 흡수 ‘블랙홀 전략’ 쓸 듯..韓도 대책 내놔야=실리콘밸리에 몰려들었던 해외 유수 기술 인재들의 이같은 불안감이 미국을 견제해왔던 국가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학기술자들의 유동성 증가로 가장 반사이익 혜택을 보는 쪽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용석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장은 “‘과학 굴기’를 천명한 중국이 이들 유출 과학자를 대거 유치하는 ‘블랙홀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센터장은 “세계 톱 1% 우수과학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도 치밀한 유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H1-B 비자 심사 강화 등으로 박사 후 연구원인 ‘포스닥’들의 해외 진출이 축소되고, 미국 유학 과학자들의 본국 회귀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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