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 재건축 잰걸음… '용틀임'하는 용산 부동산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6.11.12 04:55

[부동산'후']한강맨션·왕궁·삼익 등 정비계획 변경 추진… 이촌현대는 리모델링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전경. /사진=김사무엘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동작대교를 타고 용산으로 넘어가다 보면 낡은 저층 아파트들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해 지난해 7월 완성된 '래미안 첼리투스'다. 지상 최고 56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현재 한강변에서 가장 높은 주거시설이다. 주변 어디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랜드마크'인 셈이다.

입주 후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재건축 전보다 10억원 가량 뛰었다. 한강변 초고층이라는 프리미엄에다 용산의 각종 개발호재가 겹친 영향이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인근 노후 아파트들도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과거 '강북의 신흥 부촌'이라는 명성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상가 분리 재건축, 리모델링… 각자 사정따라 사업 잰걸음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강맨션, 왕궁, 한강삼익아파트 등 3곳은 현재 개발 밑그림에 해당하는 정비계획안을 변경하는 과정에 있다. 한강맨션과 삼익아파트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해 심의 중에 있고 왕궁아파트 역시 변경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강맨션은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는 상가동과의 분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맨션은 2003년 추진위원회가 만들어 졌지만 상가동의 반대로 아직까지 조합을 구성하지도 못한 채 사업이 답보상태에 있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추진위 등에 따르면 상가 소유주들이 재건축에 미온적인 이유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대수익을 얻을 수가 없어서다. 재건축으로 상가가 늘어나면 상권 경쟁이 치열해져 임대료가 내려갈 우려가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지어진지 46년이 지나 하수관에 수시로 문제가 생기는 등 노후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추진위는 상가동을 안고 재건축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요즘은 상가동이 재건축에 반대하면 분리해서 따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추세"라며 "서울시와 용산구도 크게 반대를 안하는 상황이라 올해 안에는 정비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가동을 분리하는 정비계획이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추진위는 조합을 결성한 후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지상 5층 660가구 규모의 한강맨션은 지상 최고 35층 1380여가구로 탈바꿈한다. 가구수가 2배 이상 늘어나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늘어난 가구를 일반분양해 얻는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고도 돈이 남으면 이를 다시 조합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도 수천만~수억원의 목돈을 챙기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동부이촌동의 K공인중개소는 "한강맨션은 한강변에 자리잡아 위치도 좋고 대지지분도 많아 높은 사업성이 기대된다"며 "주민 동의율도 높아 상가 문제만 잘 해결되면 재건축 추진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궁아파트 역시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지상층 연면적 비율)을 높이고 층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곳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임에도 서빙고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서 용적률을 200% 정도 밖에 받지 못했다. 같은 용도의 다른 지역이 보통 250~300%의 용적률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재건축 조합은 용적률을 245%로 올리는 계획안을 준비중이다. 기존에 47층으로 계획했던 건축규모도 서울시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최고 35층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정비계획 변경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삼익아파트도 정비계획 변경안을 시에 제출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2003년 조합을 설립한 이후 오랫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한강삼익도 정비계획만 변경되면 재건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이촌현대아파트(현대맨션)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현재 건축심의와 경관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653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수평증축으로 가구당 면적이 평균 15% 정도 늘어나고 추가로 97가구가 새로 지어진다. 늘어난 가구는 일반분양해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내년 4월쯤 사업계획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반기에는 이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상가동. /사진=김사무엘 기자
◇재건축 기대감+각종 개발호재… 매매가격도 고공행진

조합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조합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근 래미안 첼리투스나 한강 건너편의 아크로리버파크가 재건축 후 10억원 이상 값이 뛴 사례가 있어서다.

460가구 규모로 단지가 작아 사업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던 렉스아파트는 무리하게 가구수를 늘리는 대신 1대1 재건축을 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재건축을 추진했던 렉스아파트는 2009년 최고 56층으로 올리는 사업계획을 인가 받았다. 조합원들은 가구당 5억4000여만원 분담금을 내고 사업을 진행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에는 매매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

2010년 렉스아파트 전용면적 121㎡(13층)의 매매가는 최고 13억3000만원이었다.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고층 매물 입주권은 2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입주가 완료된 뒤 지난 7월 거래된 전용 124㎡(54층)의 매매가는 25억5000만원에 달했다. 추가분담금을 제하더라도 시세 차익이 6억~7억원에 이른다.

1대1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왕궁아파트나 가구수 증가가 많지 않은 삼익, 이촌현대 역시 다소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더라도 재건축만 잘 추진되면 입주 뒤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상황이다. 가구수가 2배나 늘어나는 한강맨션은 동부이촌동의 '블루칩'으로 꼽힌다.

올해는 강남발 재건축 열풍이 번지면서 매매가도 급등세다. 인근의 용산공원 개발이나 경원선 지하화 등 호재도 매매가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록에 따르면 한강맨션 87.5㎡는 지난 6월 12억7000만원에서 7월 14억원으로 한 달만에 1억3000만원 급등했다. 올초 9억원 초반대였던 왕궁아파트 102㎡는 현재 호가가 11억원대에 형성됐다.

동부이촌동의 D공인중개소는 "이 동네는 뒤에는 산(둔지산)을 두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는 말 그대로 '배산임수' 지형"이라며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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