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는 '적당히 불편'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11.12 03:10

[따끈따끈 새책] 칼럼니스트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믿는 이들이 정치·경제·사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2016년의 대한민국. '샤먼'의 망령이 청와대를 떠돌고, 그 샤먼이 받드는 신은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돈이라는 것은, 지금과 같은 저성장의 시대를 사는 95%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은 물신주의가 팽배해 있지만 장기불황에 접어든 지금의 시대를 반영한 트렌드를 소개한다. 그 어느때보다 거대한 부가 축적되어 있지만,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인 지금. 칼럼니스트 김용섭이 뽑은 내년의 트렌드는 '적당한 불편(Inconvenience)'이다. 그는 왜, 내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당한 불편을 욕망할 것이라고 보고 있을까.

'불편'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단어이지만, 여기에 '감수할 만큼 적당한'이라는 전제가 붙는 순간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트렌드는 소비의 진화이자, 소비자의 성숙을 의미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슈퍼마켓 '더 필러리(The Fillery)'는 '포장 제로 마켓'이다. 모든 물건이 전혀 포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장바구니를 가져오거나 이곳에서 제공하는 재활용 용기에 물건들을 한꺼번에 담아 가져가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가게들이 늘고 있으며,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노케미족(No Chemistry 族)', 샴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노푸족(No Shampoo 族)'도 등장했다.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극단으로 치닫는 자본의 욕심에 '학을 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을 알면서도 만들어 팔게 하고, 사람들을 더 큰 집, 더 좋은 차 등을 욕망하게 하며 일의 '노예'로 만든다. 인간 욕망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인데, 욕망이 오히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돈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바뀐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제도가 보완한다. 지난 9월 말, '최순실 사태'에 앞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김영란법'도 마찬가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평등해지는 관계'라는 가치가 '끈끈한 정'을 포기하거나 '껄끄러움'을 감수하면서도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다.

자발적으로 '가난'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장기불황 시대의 인격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이어질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자발적 가난(Voluntary Poverty)'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될 것이다. 킨포크, 단샤리, 후거, 미니멀리즘 등 해외의 소박한 라이프스타일이 대한민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이 불가능해진 시대, 해마다 키워오던 탐욕을 줄이며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다양한 배경 속에서 2017년은 과연 어떤 해가 될까. 저자는 "적당한 불편을 감수하고 채식에 사회적으로 동조하며, 더치페이를 통해 수평적 소통의 관계를 원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미래에 대한 강박을 버린 '낭만적 현실주의자'들이 살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 38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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