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오늘…'베를린 장벽' 운명처럼 붕괴되다

머니투데이 이슈팀 조현준 기자 | 2016.11.09 05:55

[역사 속 오늘]샤보브스키 "당장 여행 자유화" 발언에 장벽 넘나든 국민들

1989년 11월9일 수천명의 동·서독 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에 몰려 있다./사진=AFPBBNews=뉴스1
27년 전 오늘(1989년 11월9일)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정치국원 귄터 샤보브스키가 '여행 자유화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동·서독 국경 출입을 허용하고 주변국 여행 허가 절차도 간소화한다는 발표문을 읽어 나갔다.

이때 한 기자가 "새 규칙이 언제부터 효력을 발휘하느냐"라고 묻자 샤보브스키는 별 생각 없이 "지금 당장"(immediately, without delay)이라고 답했다.

언론은 샤보브스키의 발언을 동·서독 간의 여행이 전면 허용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외신 기자들은 "베를린 장벽이 열렸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서독 TV 방송도 동독이 국경을 개방했다고 알렸다.

방송을 들은 동·서독 주민들은 장벽으로 몰려들었다. 평소라면 즉각 발포했을 국경수비대는 쇄도하는 인파에 당황해 국경을 열고 말았다. 장벽에는 통로가 뚫렸고 서독인은 동쪽으로, 동독인은 서쪽으로 건너갔다. 1961년 세워져 ‘분단 독일’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은 이렇게 무너지게 됐다. 이듬해 10월 3일 동·서독은 공식적으로 하나가 됐다.

독일 통일은 샤보브스키의 ‘말실수’로 급작스럽게 이뤄진듯 하지만 당시 동독은 통일을 향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타고 있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동독인들의 투쟁이 거셌고 정권을 향한 압박도 커져갔다.


장벽이 무너지기 50여 일 전인 8월 19일에는 동독인 600여 명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국경으로 동독을 탈출해 타국 서독 대사관으로 망명을 신청했다.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은 그들의 망명 허용 여부를 두고 골치를 썩였다. 국제 사회는 평화 시위와 기도회 등을 벌이며 '동독 민주화'와 '망명 허용'을 촉구했다.

이후 동독에서는 민주 개혁을 바라는 평화시위가 잇달았다. 9월 25일 라이프치히에서는 8000명이 모여 공산독재 철폐, 민주선거 실시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10월9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월요 시위'에는 7만명이 참여해 공산당 '최고 권력자'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을 끌어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11월 4일에 열린 동베를린 시위 참가자는 50만명에 달했다. 시위대는 새로 임명된 에곤 크렌츠 서기장에게 언론·출판·여행의 자유와 민주 개혁을 촉구했다. 11월 9일 샤보브스키 기자회견은 그 연장선에서 열린 것이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
  5. 5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