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레스토랑의 진화 vs 셰프의 무덤?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 2016.11.08 15:10

[이슈더이슈-②] 한국 '스타셰프' 대거 탈락…셰프레스토랑 거품 현상 vs 미쉐린 평가 공신력 문제

마이클 엘리스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 스타 셰프 시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미쉐린 가이드' 한국편이 공개되자 요식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해 얼굴을 알린 유명 셰프들이 명단에서 대거 빠진 것. 이른바 '셰프테이너'로 불리는 이들이 탈락하자 요식업계는 '미쉐린 가이드'의 공신력과 셰프테이너들의 거품현상을 두고 각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미쉐린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선정한 레스토랑 24곳을 공개했다. 최고 평가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음식점은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과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가온'이 선정됐다. 별 2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총 3개였고 나머지 레스토랑은 별 1개를 받았다.

이들 중 우리가 기대한 유명 셰프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얼굴이 잘 알려진 이연복·최현석·오세득 셰프 등이 모두 제외됐다. 그나마 일부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모던한식당 '24절기' 오너셰프 유현수씨가 포함돼 면을 세웠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일부는 미쉐린 가이드가 최근 일고 있는 '셰프 거품현상'을 잠재울 기회라고 봤다. 일부는 미쉐린 가이드 자체가 안내서인 만큼 음식의 절대적 평가기준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오너셰프로 수년째 일하는 정모씨(48)는 "최근 셰프들이 방송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최고 실력자로 보긴 어렵다"며 "일부 유명 셰프가 여러 개 방송에 출연하고 다수 광고까지 출연하는 것이 레스토랑 '영업'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음식의 질'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쿡방(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늘면서 셰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셰프가 방송을 장악하면서 오히려 요식업계에 '쏠림현상'이 생긴 것 같다"며 "맛을 통해 입소문이 나 유명 셰프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셰프가 유명해지면 레스토랑도 장사가 잘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 자체를 두고 우리나라 셰프들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교익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는 "미쉐린 가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트랑 '가이드북'이지만 그 자체가 공신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레스토랑의 선정 이유나 음식,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 내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쉐린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에 대한 완벽성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기준을 공개하지만 평가 내용은 비공개다.


미쉐린 관계자는 "평가 결과는 여러 차례에 거쳐 맛을 본 평가원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음식점 하나하나의 평가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레스토랑의 선정 기준은 국내외 전문가의 평가 내용, 기사, 독자평가 등을 토대로 하지만 국내에서 유명한 셰프라고 그 음식점이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셰프가 등장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오락적 요소가 많은 만큼 셰프의 요리실력과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 칼럼니스트는 "쿡방은 셰프들의 요리 철학, 기술, 재료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오락프로그램"이라며 "외모, 말솜씨 등 엔터테이너적 요소도 방송 나오는 셰프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쉐린 결과 하나로 이들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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