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머니투데이 대담=김준형 산업1부장 겸 부국장, 정리=박상빈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16.11.07 06:07

[머투초대석]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세계경제 보호주의 파고...노사관계 개혁, 경쟁력 향상 전제"

머투초대석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leekb@
'driving to the top and beyond(정상,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가자)'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건물 벽에 붙어 있는 표어다. 김용근 회장이 3년전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했다. 자동차 협회 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 최고로 올리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그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한 마디로 보여준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보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자동차산업 같은 전통산업 분야에서 외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대선 결과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만났을 때도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사진)은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있었다.

과거같은 자동차 산업 호황이 다시 찾아오기 힘든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고비용 저효율'을 낳고 있는 대립적 노사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노사 신뢰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선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간 차원의 집단적 노력과 이를 통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에게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평가와 미래를 위한 견해를 들었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시 미국의 애국주의가 우려되는 등 국내 자동차산업이 받을 영향이 주목된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가리켜 '불타는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농담이라고 하지만 거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보호주의적인 경제관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미국은 디트로이트 중심의 자동차산업같은 전통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자존심이 강하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리콜로 고초를 겪은 것처럼 국내 기업도 미국의 애국적 시각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올해 무려 20%나 수요가 늘어난 중국의 자동차산업도 보호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자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진 소형차를 보호하기 위해 배기량 1.6리터 이하 차량에 대한 구매세를 인하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앞날이 밝지 않은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자동차산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로 판매가 늘었으나, 이후 소비절벽이 왔다. 수출은 누적 15.1%가 감소했다. 특히 생산량이 10% 가까이 줄어든게 고용과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가장 큰 문제다.

머투초대석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협회장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을 가져온 부문도 고용분야인 걸로 안다.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해 '메이드인 코리아' 자동차가 줄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2010년부터 5년 사이 채용인원을 6000명가량 줄였다. 나간 사람보다 적게 뽑았다. 신규채용은 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기존 고용 체계가 바뀐 것이지 새로 뽑는 수는 오히려 줄었다. 청년들이 갈 데가 그만큼 없어졌다는 뜻이다. 가장 큰 자동차산업이 버텨줘야 하는데, 청년을 고용하는 동력이 감소한 것이 뼈 아프다.
올해 임금협상 결과 자체로 보면 지난해보다 총액임금 수준이 늘지 않았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했다는 뜻이다. 사회적 시선에 압박을 느낀 듯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파업 등 부담이 컸다. 노조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줬다.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사관계가 대립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변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 개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제안하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광주형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지역 상황에 맞게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고용을 확대하자는 공감대가 있지만 지역 사업장 차원에서의 노사합의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는 관련 법을 바꾸기가 힘들다. 법과 제도 개선, 노사 신뢰 문화 형성 2가지 모두를 촉진하기 위해 학계, 사회적 전문가, 언론 등이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민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 도입 예정이었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6년간 유예되도록 하는 등 업계 입장을 정책에 반영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무작정 규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게 아니다. 글로벌 제도와 인식에 맞춰 합리적 의견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5대 자동차 국가'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지만, 실제로 전체 산업에서는 여전히 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평균 수출단가가 1만4000~1만5000달러로, 독일 같은 나라에 비해 부가가치가 적다. 그런데도 규제와 소비자의 요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는 게 관건이다. 지난 3년간 국내 자동차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규제수준에 대해 정부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국은 자동차 만드는 기업이 없어 규제가 극도로 심한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전기차 보조금이 많은 노르웨이 같은 곳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면서 동시에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머투초대석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테슬라가 처음 등장할 때는 시장 파괴자로서 자동차산업이 IT(정보기술)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생산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가 좀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2018년에 1회 충전에 300km 이상 주행하는 '모델3'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미 GM이 완성한 '볼트'(Bolt)가 그 주행거리를 넘어섰다. 현대차 역시 2018년에 300km 이상 달리는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현재는 후발주자이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형 친환경차를 위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한번 충전으로 600km씩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려면 테슬라처럼 차가 무겁고 전기소모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이 현재 갖고 있는 인프라와 여건을 고려해 한국형 전기차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역시 한국형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안전'이라는 정책 목적을 분명히 해 로드맵을 세우고, 적용 가능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의 중복 업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일본은 총리실이 미래차 개발에서 조정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내년 4월 열릴 '2017 서울모터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친환경차, 차량과 IT의 융합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차를 잘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모델 공개)가 등장하기는 어려운 등 시장 크기에 따른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달 임기가 끝난 세계자동차산업협회(OICA) 회장직을 마친 소감은.
▶미국과 유럽 지역만 회장을 맡고 총회를 개최하던 데서 벗어나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아시아 리더십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재임 당시 '디젤게이트'가 터졌었다. 디젤 차량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하는 등 실무 협력을 주도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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