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경우에 따라 보상을 거부한 주민들에 강제로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해 주민들의 반발은 더해지고 있다.
2일 서울시와 중구 등에 따르면 정리사업이 진행 중인 회현제2시민아파트에 아직 남아있는 주민 102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 31일까지 마지막 '협의보상 의향서'를 접수받은 결과 21가구만이 의향서를 제출했고 81가구는 보상안을 끝내 거부했다. 시는 이날까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보상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970년 지어진 회현제2시민아파트는 2004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2006년부터 철거를 위한 주민 보상절차에 들어갔다. 철거민에게는 당시 조례상 공급이 가능했던 철거민 특별분양권과 현 건물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초 2006년 말에는 보상과 이주를 마무리하고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주민과 합의가 늦어지면서 10년 동안 정리사업은 지체됐다. 그동안 다른 시민아파트는 모두 철거되고 공원 등으로 바뀌면서 회현동 시민아파트는 서울의 마지막 시민아파트로 남았다.
장기간 협의 끝에 지난 8월까지 전체 352가구 가운데 250가구가 보상과 이주를 완료했다. 시는 남은 102가구에 대해 지난달 31일까지 협의보상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상절차를 마무리하고 보상금 지급과 아파트 특별공급도 중단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내렸다. 하지만 81가구와는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은 추가로 △시세의 60% 가격에 특별분양권 공급 △강남권 택지지구 우선 분양 등도 요구조건으로 걸었다. 시는 관련법상 이와 같은 보상의 근거는 없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미이주 가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5번의 TF(테스크포스)회의와 5번의 조정협의회를 거쳤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회현제2시민아파트 정리사업위원회 관계자는 "특별분양권을 준다고 해도 분양권을 살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분양권 대신 전세라도 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가를 요구한 것인데 시는 규정상 안된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이후 12년이 경과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정리사업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철거 대신 리모델링 후 주민 재정착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파트는 예술인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으로 바꾸고 기존 주민들은 원할 경우 리모델링한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이주 주민들은 리모델링 사업 자체도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구당 3000만~5000만원으로 추정되는 리모델링 비용을 공동부담해야 하는 것이 주요 이유다.
게다가 시가 리모델링 이후 주민들에게 토지사용료를 물릴 수 있다고 하면서 반발은 더해지고 있다. 시민아파트가 지어진 땅은 시유지로 그 동안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이유 때문에 토지사용료가 면제돼왔다. 하지만 리모델링 이후에는 이들에게 더 이상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연 80만원 정도의 토지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주민들이 보상을 거부한 만큼 더 이상 협의는 중단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실시설계 후 실제 착공까지는 약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 중에는 남은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로 임대주택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공사를 강행하더라도 퇴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는 필요한 경우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이 아파트의 80% 이상을 시가 매입한 상황이어서 강제로 집행할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며 "리모델링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미이주 가구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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