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다시 떠오른 것은 김포공항역 사고가 발생했을 때였다. 지난달 20일 사고 당시 사망한 승객 김모씨(36)가 비상인터폰으로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기관사는 전동차 출입문만 27초 동안 열었다. 이후 전동차가 출발했고, 김씨는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있다가 사고를 당해 결국 숨졌다. 27초면 전동차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인데, 김씨가 사고를 당한 것이 '미스테리'라며 기자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나왔다.
해당 사고는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김씨가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직장으로 출근하던 길이었던 김씨는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든 하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당한 뒤 의식이 있을 때에도 핸드폰을 찾으며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 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고인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빨리 내리려다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김포공항역 사망사고 당시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기관사도 시간에 쫓겼던 것으로 보인다. 승객이 인터폰을 했을 때 밖으로 나와 현장을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이에 대해 5호선의 한 기관사는 "역마다 비상상황 발생시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려면 열차 운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사의 이 같은 발언 뒤에는 지하철이 늦는 것에 반발하는 '정시운행' 문화가 깔려있다. 도시철도 노조 관계자는 "전동차가 늦게 오면 안전을 위한 중요한 조치가 있구나 생각해야 하는데, 무조건 정시에 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며 "정시운행을 못 지키면 경영평가에서 패널티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전동차에 치여 숨졌을 당시 운행이 재개된 시간은 26분에 불과했고, 지난해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때는 18분 만에 현장을 수습하고 전동차가 다시 다녔다. 김포공항역 사망사고를 부른 것이 비단 승객·기관사·스크린도어만의 잘못이었는지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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