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바이오로직스, 수요예측 대박 났지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6.11.02 08:39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삼성바이로직스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공모가가 다소 높다는 생각이 들어 공모에 참여하시라고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오는 2~3일 바이오로직스의 공모 청약을 앞두고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 A씨는 고객들에게 "바이오로직스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일이다.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인 13만6000원으로 결정되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한다. 현재 짓고 있는 제3공장을 완공하면 총 생산능력은 36만ℓ(1공장 3만ℓ, 2공장 15만ℓ, 3공장 18ℓ)로 글로벌 1~2위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실적은 아직 적자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912억원, 영업손실 2036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증권업계에서는 바이오로직스가 공장 규모에 걸맞은 주문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허가가 난 제품이 많지 않아 바이오로직스의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해외제약사들과의 계약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이오로직스가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경쟁기업을 압도할 생산 노하우를 갖췄는지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삼성그룹의 IPO(기업공개)가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삼성생명은 2010년 공모가 11만원으로 청약을 받았지만 현재 주가는 10만8500원 수준이다. 2014년 11월에 상장된 삼성SDS는 공모가가 19만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15만원 정도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제일모직의 공모가는 5만3000원이었는데 상장 직후 3배 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다는 특수성이 있다. 제일모직은 상장 후 6개월 만에 삼성물산으로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시장의 우려와는 반대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은 '대박'을 터뜨려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달 말 진행된 수요예측 경쟁률이 295대1를 기록한 것이다. 수요예측에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펀드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펀드 매니저는 "반도체에서 봤듯이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절감, 복잡한 공정 설계 등은 삼성의 DNA와 맞다"면서도 "바이오산업에서도 통할 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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