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희롱했다는 뜻이 아니라…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6.11.01 14:55

[우리말 안다리걸기]61. 농단, 그리고 농권, 농간, 농락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요즘 뉴스 사이트를 가득 메운 것은 최순실 씨 관련 기사들입니다. 최순실 씨 기사를 빼면 읽을 게 없을 정도인데요. 최 씨 기사를 통해서 많이 듣게 된 표현이 몇 개 있습니다. '국정 농단'도 그 중 하나지요.

'국정'이야 국가의 정치, 국가의 행정 정도일 텐데 '농단'은 무슨 말일까요. 권력 사유화? 권력 희롱(농)?

농단의 '농(壟)'은 언덕을 의미하고 '단(斷)'은 절단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말 자체로 보면 농단은 '절벽처럼 깎은 듯한 높은 언덕'을 뜻합니다. 물론 요즘 말하는 게 이것은 아니죠.

농단의 다른 뜻은 '이익·권리를 독차지한다'는 건데요. 옛날 어떤 상인이 언덕 높은 곳(농단)에 올라가 시장 상황을 내려다 보고는 물건이 잘 팔릴 곳을 찾아서 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는 데에서 유래한 말입니다.('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편에 나오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혹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데요. 보이지 않는 실세로서 권력을 독점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수사에서 드러난다면 '농단'이라는 말은 딱 어울려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게이트'를 두고 국가 권력이 엉뚱한 사람에게 희롱당했다는 뜻으로 '농단'을 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의 설명으로 보면 어감상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희롱, 농락 등과 모양이 비슷해서 혼동해 쓰는 듯합니다.

엉뚱한 이가 권력을 제멋대로 썼다는 뜻이면 권력 희롱, 혹은 농권('권'력을 희'롱'함)이 어울려 보이고,

권력을 속였다는 뜻이라면 '농간'이 어울립니다.
만약 마음대로 쥐락펴락했다는 뜻이라면 '농락'(새장과 고삐라는 뜻)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농단의 '단'은 절단을 의미합니다. 참 자주 쓰는 말인데요. 목 정도 길이로 자른 머리를 말하는 단발머리에도 같은 '단' 자가 들어갔습니다. /사진=pixabay.com
마무리 문제입니다. 역시 요즈음 많이 들리는 말이죠. 비선 실세의 '비'와 같은 뜻의 말이 들어간 단어는 뭘까요?
1. 비자금  2. 비염
3. 비행기  4. 비극

정답은 1번입니다. 비선은 '비'밀리에 연결된 '선'으로 몰래 맺고 있는 관계를 말하는데요. 비자금은 비밀리에 떼어 둔 돈으로 '세금 추적이 안 되도록 따로 챙겨둔 부정한 돈'을 말합니다.

비염은 코에 염증이 생긴 것, 비극은 슬픈 또는 불행한 내용의 극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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