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주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 2016.11.02 05:34

[피플]LGU+ 광고속 청각장애인 윤혜령씨…"내년엔 일반인 바리스타 대회 도전"

/사진= 홍봉진 기자

“엄마 나야. 혜령이. 오늘은 내가 엄마가 만들어 준 목소리로 작품 설명해 줄께.”

LG유플러스 TV 광고 ‘바리스타 윤혜령씨의 아주 특별한 하루’편. 이 광고가 최근 유튜브에서 조회 수만 1000만 건을 넘겼다. 1급 청각장애를 가진 윤씨가 힘차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엄마를 향한 남다른 애정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청각장애인 가운데 상당수는 수화가 아닌 음성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요. 입 모양만 보여주시면 깊은 대화도 가능합니다.”

마포구 성산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윤씨(31)는 기자와 만나 광고가 방영된 이후 세상의 관심이 놀랍고 반갑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씨는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가 장애인들을 위축시킨다”며 “장애인들도 충분히 세상과 소통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몫 이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이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광고 출연도 한번에 승낙했다는 설명이다.

“청각장애인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인과의 접촉이 적은 일을 주로 선택합니다. 저 역시 업무에 대화가 많지 않은 웹디자이너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어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윤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바리스타에 도전했다. 고객과의 소통이 필요한 직업 특성상 청각장애인인 윤씨에게는 적지 않은 모험이었다.

어렵사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윤씨는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반 커피전문점에 취직해 1년 가까이 매장을 찾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사람마다 표정, 입 모양, 성격이 모두 달라요. 사람과의 소통이 적은 직업에 머물렀다면 미처 알지 못하는 즐거움이죠. 저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이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홍봉진 기자

윤씨는 내년 바리스타 대회에 도전한다. 장애인 대상 직업경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일반인 대회에서도 수상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IT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들이 더욱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윤씨의 새로운 도전과제다. 드라이어, TV 전원이 켜진 지 모르고 집 밖을 나선 경험이 많다는 윤씨는 “최근 IoT(사물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있을 때 택배나 음식배달 초인종이 울려도 청각장애인들이 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서 계속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어요. 하지만 초인종이 울리면 휴대폰 진동으로 이를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광고 촬영 내내 윤씨는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을 쫓아 다니며 다양한 장애인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IoT 서비스를 마련해달라고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윤씨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인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IoT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윤씨에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저를 포함한 장애인들이 세상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누구든 따뜻한 커피 생각이 나시면 저희 매장으로 오세요. 더 따뜻한 소통을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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