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재앙적 대통령'…나쁜 리더의 9가지 특징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겸 부국장 | 2016.10.28 18:58

편집자주 |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최순실씨(왼쪽은 전남편 정윤회씨)/사진제공=한겨레신문

"멋있잖아, 장갑차도 만들고"
'왜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려고 하느냐'는 물음에, 인수 후보자로 나선 한 기업의 총수가 했다는 말이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가 쓴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刊)' 첫머리에 나오는 대목이다.

리더에겐 뭔가 특별한게 있다는게 보통 사람들의 믿음이다. 자신을 이끌어주는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종교적 속성 은 '소외 '의 출발점이자 정점이다. 정치적 리더 역시 인간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객체에게 자신의 자유나 존재를 위탁하는 '소외'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보통 사람'들은 리더 주변엔 인적 물적 자원이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의 양과 질이 탁월할 것으로 믿는다. 책임과 의무감때문에 스스로를 단련하고 사적 이익보다 집단 내지 공공선을 생각하는 훈련이 돼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리더의 결정은 면밀한 검토와 고민 끝에 나왔을 테니 그 결정을 믿고 따르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뜬금없는 결정과 언행이 나왔을 때 보통사람은 그 맥락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나중에야 지극히 사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동기에 의해 결정이 이뤄진 걸 알게 됐을때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는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리더의 의사결정 뒤에는 뭔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깨진다.

20여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직접 만나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접한 우리 공·사기업, 정부 등 각종 조직의 '리더'들에게서 황당한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결정에는 필부필부처럼 지극히 사적인 동기가 작용하는 걸 보고 속으로 혀를 차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람은 결국 거기서 거기다. 다시 말해 "내가 저런 사람을 리더로 따랐나" 하는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런 '리더 리스크'를 막기 위해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할 뿐이다.

본인과 구성원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고가는 나쁜 리더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몇가지 있다.

1. 예측 불허의 지시나 행동이 튀어나온다.
상식이나 공감할 수준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취향이 기준이 된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골프장에서 상의를 바지에 넣지 않고 다니는 임원을 자른 CEO도 있다. 인사철에 해당 임원 이름이 승진명단에 있자 "그 사람이 아직도 다니나요?"(많이 들어본 말이다)라며 곧바로 조치했다고 들었다.

2.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다.
회사 소유 자동차를 집에서 두세대씩 두는 건 어지간한 큰 기업 오너들한테는 상식이다.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혈연 지연 학연 등 각종 사적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아낀다. 각종 이권이 걸린 정책 결정 과정에 자신의 사적 이익을 대입시키는 공무원들이 끊이지 않는다.

3. 사적 이익에 민감하다.
그 정도 재산에 그 많은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면 회사를 먼저 생각할만도 한 사람들이 몇 푼 건지자고 자기 주식 먼저 파는 걸 우리는 최근에도 여러 번 봤다. 평생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은행장까지 지낸 사람이 몇백몇천만원을 건지고자 사활을 걸고 덤비는걸 직접 겪기도 했다.

4. 사람의 담에 둘러 싸여 있다.
공식적 자리를 통해 논의되지 않은 결정이 내려 지는 걸 보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것 같은데, 누구인지는 모른다. 박근혜대통령의 경우도 최순실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본인의 '고백'으로 그 실체가 이제야 드러났다. 구속까지 됐던 모 대그룹 최고 경영자의 최측근이 무속인이었다는게 드러나 그 기업 구성원들을 허탈하게 하기도 했다.


5.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어가 정제돼 있지 않고, 말이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받아 적어 놓고 보면 주술 관계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일관된 철학과 원칙이 머릿속에 정립돼 있지 않으니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6.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고, 자신의 말을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말을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말이 자꾸 꼬이고 복잡해진다.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까지 현 정부의 대선 공약 이행률이 37%였다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주장도 있었지만, 그나마 수치가 높아 보인다.

7.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
쓴 소리를 듣기 싫어하면 점점 주변에서 제대로 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진다. '소통'은 사라지고 '불통'과 아집만이 남는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바른 말을 듣거나, 본인이 애착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한 비판을 접하게 되면 더 노여움이 커져서 용서가 되질 않는다. '레이저' 뿐 아니라 갖고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해 응징한다.

8. '폭탄 인사'로 조직을 장악한다.
고지전에 앞서 융단폭격을 가하는 셈이다. 그렇게 해서 날아가는 사람은 유능하고 신망있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으면 굳이 날릴 필요가 없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압력으로 문체부 고위공무원 6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9.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
벤처 비리로 구속된 20대 30대 새파란 사장이 자신의 몸조차 가눌수 없을 정도의 비만인 경우를 최근에도 봤다(스스로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헌신적이고 이타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드물게 있지만 이들은 리더라기보다는 봉사자들이다). 하지만 베이컨의 말처럼 '건강한 몸은 정신의 전당이고, 병든 몸은 정신의 감옥'인 경우가 많다. 감옥에 갇힌 정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크고 작은 1,2차 집단이나 기업도 그렇지만 정치 지도자에게 이런 '나쁜 리더의 특징'을 발견하는건 국민들로선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대표' '제왕적 CEO'...우리는 '제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 접두사로 많이 써 왔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따지자면 '제왕' 자체는 가치 중립적일수도 있다. 왕중엔 현군(賢君)도 많지 않은가.
지금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제기되고 있는 막장 드라마는, '제왕적'을 걱정하기 이전에 '재앙적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리스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앙적 CEO가 기업을 말아 먹으면 시장논리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처리가 된다. 그런데 정치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음 선거때 까진 대책이 없다. 더 불행한건 다음에도 또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재앙적 리더'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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