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면 정년인데..." 50대 직장인의 은퇴자금 고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6.10.30 08:00

[행동재무학]<159>퇴직연금 수익률이 5%도 안되는데 어떡하나?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은퇴 준비?...퇴직연금 있고, 개인연금도 있으니 (풍요하지는 않아도)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

이제 나이 50에 접어드는 대학동기들을 만나면 하나둘씩 정년을 걱정하는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아직 10년 정도는 더 일할 수 있지 않겠냐고 조금 여유를 보이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나이 50이 넘으면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모른다고 조심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이후엔 50대 중반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퇴직을 앞당기는 분위기라 법적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을 하려다간 직장 내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체 272곳의 인사관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8월22일자)에 따르면 기업 사규 등으로 규정한 정년 연령은 평균적으로 58세이지만 사무직 근로자가 실제로 퇴직하는 연령은 55.7세로 평균적으로 3년 정도 앞당겨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화학과 조선업종의 경우엔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이 50세와 50.6세에 불과해 퇴직이 가장 빨랐다.

따라서 50대에 막 접어든 직장인들이 퇴직 걱정을 시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퇴직 걱정을 시작한 50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은퇴자금 마련이다. 현재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은퇴자금 마련 수단은 퇴직연금이다. 여기에 개인연금을 추가하면 좀 여유가 있는 부류이고, 부동산이나 주식까지 투자했다면 재테크에 성공한 축에 속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이 은퇴자금 마련 수단의 전부인 50대 직장인들에게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년까지 앞으로 10년(현실적으로 5년)동안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야만 충분한 은퇴자금 마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50대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20%? 15%? 10%?

만약 기대수익률이 20%(복리)라면 현재 1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10년 후 6200만원으로 불어난다. 기대수익률이 15%라면 4000만원을, 10%일 경우엔 26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5%는 어떨까? 그런데 50대 직장인들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을 기껏 5% 기대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현실과 ‘희망’사이엔 큰 괴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인 리서치 어필리어츠(Research Affiliate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이 향후 10년간 기대수익률을 5%이상 달성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zero)인 것으로 조사됐다.

5% 기대수익률로는 10년 후에 고작 1630만원을 쥘 뿐이다. 그런데 리서치 어필리어츠 조사에서는 이마저도 달성될 가능성이 0.2%로 나타났다.


즉 10년 후에 1630만원 보다 적은 은퇴자금을 손에 쥐게 된다는 얘기다.

리처츠 어필리어츠의 조사에서 사용된 퇴직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주식 60%와 채권 40%로 구성된 전형적인 주식채권 혼합형 포트폴리오였다.

투자 성과의 상당 부분이 자산배분(asset class allocation)에 달려 있기에 이번엔 좀 더 분산화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알아봤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외의 해외자산에 25% 가량 투자하는 전형적인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경우에도 향후 10년 간 5%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겨우 7%에 불과했다.

투자기간도 10년에서 20년, 30년으로 늘려 보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5% 이상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겨우 9%와 13%에 그쳤다.

이 말은 지금의 40~5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퇴직연금이 향후 10~20년 동안 5%도 안 되는 낮은 수익률을 거두는 걸 지켜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수익률 비교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금융회사별 퇴직연금 수익률은 대부분 3%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리서치 어필리어츠의 분석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수익률이었지만 금감원의 자료에 나타난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수익률이다. 따라서 여기에 1% 중반대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다면 퇴직연금 최종수익률은 1~2%대로 줄어들게 된다.

퇴직연금 실질수익률이 2%라면 10년 후 손에 들어오는 은퇴자금은 고작 1220만원에 불과하게 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5%라고 해도 낮은데 2%라면 퇴직연금만으로 10년 후 필요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이것이 퇴직걱정을 하기 시작한 50대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차가운 현실이다. 만약 아직까지도 자신의 퇴직연금에서 20%나 10%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50대 직장인이 있다면 빨리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이 은퇴자금 마련 수단의 전부인 50대 직장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퇴직을 아예 10년정도 늦추거나 아니면 은퇴 후 허리띠를 많이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 어쩌면 향후 1~2%대의 저금리와 100세 시대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의 50대 직장인은 일도 10년은 더 하고 퇴직 후에도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야 그나마 겨우겨우 살아갈 수 있는 힘든 노후를 맞이하게 되는 불쌍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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