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만 골몰…현 정부 들어 '청년주거' 더 악화"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6.10.28 05:18

[피플]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투기욕망 부추기지 말고 취약층 주거안정 관심가져야"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보증금 500만원을 모아 월세방을 구하러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봐요. 청년들은 스무 살 때부터 도시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죠.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경우도 허다해요."

현 정부 들어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이 청년 등 취약계층의 주거불안은 더 악화됐다. '억' 소리 나는 웃돈이 붙는 아파트값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청년들은 어느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청년 주거복지를 위한 비영리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28)은 지난 26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현 정부 들어 주거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급등과 증여 증가세를 보면) 흔히들 '금수저, 흙수저'라고 하는데 자원배분이 사회 속에서가 아닌 혈연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며 "집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욕망을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현 정부는 집값을 올려 경제를 떠받치겠다는 발상으로 접근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규제 완화로 인해 치솟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뒤늦게 대책을 고심하는 사이 청년 주거는 제도권 밖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

최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린 유엔해비타트(UN Habitat) 3차 총회에 참석한 임 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청년 등 취약층의 주거권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직업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과도기 동안 겪는 주거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청년들이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되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UN주거권특별보고관으로부터 내년초 방한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안정을 위한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되기까지 민달팽이유니온은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300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낸 출자금으로 51명이 입주해 생활하는 '민달팽이집' 6곳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이 임대인과 전세 혹은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계약한 후 청년들에 저렴한 임대료로 전대하는 형태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이 있고 만 40세 이하 청년이라면 출자를 통해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다. 재계약률도 9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집주인에게 절대적인 '을'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청년 세입자를 위한 재기발랄한 사업도 펴고 있다. 청년들이 집을 구하고 사는 과정에서 겪는 모욕적인 경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세입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로 '달문동 헬스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세입자의 고민을 나누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알고 누리자는 취지다.

임 위원장은 "집주인이 청년 세입자를 상대로 청소를 안했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수십만원 깎고 돌려준다든지 아예 안주고 버티는 경우도 많다"며 "월세를 하루 연체할 때마다 연 23%의 이자를 문다는 특약을 쓰게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이런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소송을 하지 않는 한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다. 주택임대차 거래는 민사로 공공이 관여하거나 중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연내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는 주택 임대시장의 규모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청년주거 지원책으로 내놓은 대학생 전세임대의 경우도 5년째 운영하는데 수요가 넘친다는 등의 이유로 실태조사 한 번을 안했다"며 "관심을 가지고 민간임대 시장의 현실을 속속들이 파악한 후에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제도를 내놔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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