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한 달을 맞아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식당들이 속속 등장한다. 민간인의 먹고 마시는 문제까지 건드려 과도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대로 애먼 서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매출 반 토막에 감당 못해"…식당들, 직원 해고 통보
서울 강남 A 한정식집은 직원을 최소 인원으로 줄였다. 주방 직원과 홀 서빙 직원을 각각 5명·3명에서 3명·1명으로 줄였다. 사장이 주방과 홀 일을 돕는다.
A한정식집 사장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은 반 토막 나 적자인데 임대료는 그대로여서 직원을 줄였다"며 "아예 모임을 안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한 달 버텼는데 더 못 버틸 것 같다"며 "폐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근처 B 복요리집도 최근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매출이 3분의 1로 뚝 떨어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돼서다. B 복요리집 사장은 "지난주 금요일 일부 직원들에게 나가달라 했다"고 말했다. 주방 직원과 홀 직원을 기존 7명에서 4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C 횟집은 종업원 월급이 밀리고 있다. C 횟집 직원은 "며칠 전 월급날이었는데 못 받았다"며 "사장이 월급을 한꺼번에 지급하지 못하고 한 사람씩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횟집은 추석 지나고 성수기인데 장사가 안된다"며 "일자리가 위태해 불안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국산→수입산 바꾼 '영란세트'도 역부족, "죄 없는 서민들만 당한다"
식사 대접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법 시행에 따라 상한이 3만원으로 묶이면서 식당들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게 '영란세트'다.
그러나 영란세트도 식당의 타격을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중량을 줄이거나 국산 대신 수입산 등 저렴한 식재료로 바꾸면서 가격을 간신히 맞췄지만 매출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여의도 D 한우 전문점은 4만원부터 시작하던 한우 가격을 2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기존 1인분 150g을 100g으로 조절해 △등심 2만원 △안심 2만5000원 △한우 모듬 세트 2만2000원에 제공한다.
점심 메뉴인 갈비찜과 불고기는 한우 대신 뉴질랜드·미국산을 사용해 1~2만원대로 가격을 맞췄다.
D 한우 전문점 관계자는 "10월1일부터 영란세트를 내놨다"며 "한우 전문점이라는 명색을 잃지 않기 위해 수입산을 쓰는 대신 중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E 한우 전문점은 한우에서 수입산으로 바꿨다. E 한우 전문점 관계자는 "수지타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며 "하지만 (한우 전문점) 이미지가 무너지고 매출 감소가 이어지는 등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식집은 반찬·요리 가짓수를 줄인 영란세트를 내놨다. 서울 광화문 F 궁중요리 전문점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1인분에 2만9900원짜리 '당당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전채요리 4가지에 떡갈비·전 등 메인요리 2가지다. 기존 신선로·구절판·갈비찜 등이 제공되던 1인 5만5000원 짜리 세트에서 요리 가짓수를 확 줄였다.
F 궁중요리 전문점 사장은 "하루에 10팀 중 5팀은 당당세트를 주문한다"며 "그래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20~30%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식업중앙회가 음식점 약 400곳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일식·한정식·구이전문점 위주로 매출이 20~30% 감소했다. 10~12월은 연말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사회를 청렴하게 바꾸자는 취지로 김영란법이 만들어졌지만 불똥은 식당 등 애꿎은 곳으로 튀고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생계를 불태우는 꼴이다.
한 식당 관계자는 "아픈 곳은 몸뚱이인데 왜 발가락을 자르나"라며 "거대한 부패는 잡지 못하고 죄 없는 일반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는 "매출 감소가 계속되면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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