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백남기 부검영장 집행 포기하고 물러나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 2016.10.25 18:34

(종합)경찰, 2시간여 만에 철수… 경찰 "절차적 정당성 노력" vs 유족 "부검 절대반대"

25일 오후 3시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집행하려던 경찰이 유족 측 반발로 2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사진=윤준호 기자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집행하려던 경찰이 유족 측 반발로 철수했다. 사실상 영장 효력 만료 시점인 25일 자정까지는 집행이 어려워졌고 경찰은 곧 영장을 재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25일 오후 3시 백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23일 오전 강제집행을 처음 시도하다 무산된 지 이틀 만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유족 측에 영장 강제집행 방침을 알렸다. 투쟁본부는 곧장 문자메시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경찰 진입 계획을 알렸다.

집행 예고시간이 임박하자 경찰은 장례식장 주변으로 형사 100여명, 경비경력 9개 중대 1000여명을 배치했다. 투쟁본부 등 시민 300여명은 장례식장 입구를 가로막은 상태에서 대열을 짜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첫 번째 강제집행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집행 예고시간에 맞춰 장례식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장례식장 입구로 들어가려 했지만 백남기 투쟁본부의 거센 반발로 5분여 만에 물러났다.

서현수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이 부검영장 집행에 앞서 고지 의무를 밝혔지만 이 역시 유족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했다.

이어 투쟁본부와 취재진 등 수십명에 둘러싸인 홍 서장은 영장 강제집행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오후 3시10분쯤 유족 측과 협의하고자 장례식장 옆에 마련한 천막으로 들어갔다.

1차 협의는 약 15분만에 결렬됐다. 홍 서장은 천막을 나오면서 "오늘(25일)이 알다시피 영장 만료시한 마지막 날"이라며 "유족에게 협의에 응해달라 촉구하면서 입장 변화가 있는지 (유족 법률대리인에게) 확인해달라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족이 협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는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영장 재신청 여부는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서장은 유족 측에게 협의를 촉구하며 장례식장 입구에서 약 45분간 동안 대기했다. 이후 오후 4시10분쯤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 유족 법률대리인과 재차 협의에 들어갔다.


약 50분간 진행된 2차 협의에서도 양측은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홍 서장은 "천막 안에서 경찰 입장과 부검 필요성을 밝히며 협조해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전했다"며 "유족 측은 여전히 직접 경찰과 만나 협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고 대화도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검에 대해서도 유족 측은 명백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협의는 결국 결렬됐다. (일몰 때까지 기다릴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차례 협의 결렬 이후 경찰과 투쟁본부 간 대치 상태가 또 한 번 이어졌다. 경찰이 23일과 마찬가지로 재차 철수 입장을 밝힌 때는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이날 오후 5시45분쯤이다.

홍 서장은 "영장에 제시된 제한 사항의 취지를 고려해 유족 측과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다했고 영장 제한 사항에도 나와 있듯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음에도 유족 측은 끝내 (집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장 미집행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투쟁본부 측에 있을 것"이라며 "오늘은 야간 집행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 불상사를 우려해 강제집행하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백씨가 숨진 이후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부검영장은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끝에 부검장소·절차 등을 경찰과 유족 측이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발부됐다.

부검영장 유효기간은 이날 자정까지다. 경찰이 야간 집행을 포기하고 돌아간 만큼 유효기간 내 영장집행은 어려워졌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재신청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부검영장을 집행하고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종로경찰서장(가운데)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다했다"고 말한 후 영장집행을 포기하고 23일에 이어 재차 물러났다./ 사진=윤준호 기자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