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100명의 수행원만 남기고, 두 딸에 영토를 물려준다. 그런데 큰딸은 100명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하고, 둘째딸은 또 절반으로 줄이라고 한다. 심지어 큰딸은 수행원 한 명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리어왕은 분노한다. “오, 필요하고 안 하고를 논하지 마라! 가장 미천한 거지도 자기가 가진 보잘것없는 것이나마 여분을 갖는 법이다. 자연이 인간본성에 필요한 것 이상을 허락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짐승만큼 비천할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쓸모없는 약간의 여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꼭 필요한 것만 따진다면 따뜻한 옷도 사치고, 네가 입고 있는 그 화려한 옷들도 사치스러운 것들이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이 있을 수 있다. “기능을 넘어 사치로, 필요를 넘어 잉여로.” 예술의 존재 이유를 알리는, 저 꽃병의 목소리가 들리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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