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설 역군들, 싱가포르에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짓다

머니투데이 싱가포르=엄성원 기자 | 2016.10.26 04:12

[한국의 '자존심' 건설역군]<2>미래 싱가포르의 얼굴 짓는 현대건설

오피스동 최상층부에서 내려다본 마리나원의 모습. 곡선으로 처리된 저층부에 녹색의 심장을 의미하는 '그린하트' 구조물이 들어간다/사진=엄성원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지역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선박이다. 쌍용건설이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최상부 모습이다. 지상 200m 높이에 떠 있는 길이 340m의 이 거대 구조물은 싱가포르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싱가포르의 얼굴 중 하나로 불린다.

내년 상반기에는 우리 기술로 지은 싱가포르의 얼굴이 하나 더 생겨난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함께 건설하고 있는 '마리나원'(마리나사우스 복합단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리나원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간의 복잡한 역사 관계가 얽혀 있는 마리나사우스 지역 개발의 시발점이자 미래 싱가포르의 얼굴로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협약 체결 현장에 당시 양국 총리가 모두 참석했을 정도.

마리나원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용식 현장소장(상무, 왼쪽)이 오피스동 최상층부로 이동하며 직원들과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엄성원 기자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했는데 독립 이후에도 남북 철도 선로시설과 4개 철도 역사는 계속 말레이시아가 소유했다. 수십년간 계속된 싱가포르 정부의 반환 요구 끝에 2010년 9월 합의가 이뤄졌다. 그 대가로 싱가포르 정부가 말레이시아에 제공한 것이 마리나원을 비롯한 마리나사우스와 구도심 일부 개발권리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은 이중 마리나사우스 개발권리 가치만 70억싱가포르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역사 만큼이나 프로젝트 수주 과정도 험난했다. 시공사 최종 선정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 시미즈사로 승부가 기우는 듯했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 조인트벤처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현재 마리나원 현장소장이자 당시 현대건설 해외공사 입찰 담당 임원으로 수주 과정을 주도했던 김용식 상무는 "사우스비치, 아시아스퀘어1, 2 등 싱가포르 현지에서 복합빌딩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던 게 막판 역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8월 착공해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마리나원은 총 공사금액이 16억5400만싱가포르달러(1조4025억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투자자로는 카자나와 테마섹,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양국 국부펀드가 나섰다.

바다가 바다 내려다보이는 총 2만6244㎡의 대지에 30~34층 건물 4동이 들어선다. 연 면적은 51만9628㎡에 이른다. 이중 2동은 오피스 및 상업시설로, 나머지 2동은 고급 주거시설로 사용된다. 싱가포르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베이에이리어 지역 핵심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오피스 임대료나 아파트 분양가 수준도 엄청나지만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가 오피스건물 최상층을 통째로 임대하기로 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아파트도 먼저 1개 동을 분양한 결과 분양률이 70%를 상회했다.


마리나원 오피스동은 뒤로 쓰러지는 듯한 모습의 '역방향 횡변위' 형태로 설계됐다. 오른쪽 위로 오피스동 2개 건물을 연결하는 스카이데크의 모습도 보인다/사진=엄성원 기자
마리나원은 사무동이 역방향 횡변위(역으로 기울어진 구조)로 설계된 만큼 최고의 건설 난이도를 자랑한다. 원래 계획한 기울기(최대 기울기 10도)로 건축물을 올리면 완공 때는 건물 무게로 인해 2~3m 더 기울어지게 된다. 현대건설은 이를 감안해 1개 층을 올릴 때마다 따로 횡변위를 예측하고 설계를 보정했다.

보정작업에 따른 공기 지연을 막기 위해 당초 '콘크리트+철골' 구조에서 '철골' 구조로 설계도 변경했다. 김용식 상무는 "철골 구조로 변경하면서 공기를 2~3개월 단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노동력 투입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동 최고층(28~30층)이 '스카이데크'(스카이브릿지)로 연결되는 것도 특징이다. 마리나원 스카이데크는 싱가포르 건축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 구조물로 기록됐다. 2개 건물이 스카이데크를 통해 연결되면서 하나의 거대 사무공간(스카이오피스)이 창출된다. 최고 층은 개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층고도 8.5m로 설계됐다. 일반 사무실 층고의 2배가 넘는 높이다. 마리나원 오피스동 최상층은 수평은 물론 수직으로도 최고, 최대의 사무공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오피스동과 주거동, 총 4개 건물 중앙에는 녹색 심장을 의미하는 '그린하트'가 만들어진다. 430톤 무게의 3차원 입체 알루미늄 구조물인 그린하트는 다양한 조경과 조명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싱가포르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린하트는 현재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가는 본 작업이 막 시작된 상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반짝이는 알루미늄 구조물과 그 가운데 들어서는 식물원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마리나원은 지난 5월 골조작업을 완료하고 현재 마감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 2월 완공되면 마리나베이샌즈에 버금 가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용식 상무는 "마리나원은 현대건설 해외 건축 수주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이자 마리나사우스 개발의 시발점"이라며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힘을 합쳐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마리나원은 지난 5월 골조작업을 마치고 현재 '그린하트'를 둘러싸는 알루미늄 구조물(러버볼)을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마리나원은 내년 2월 완공하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엄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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