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유출 파문'…朴대통령 연설문 누가 보냈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6.10.25 10:21

[the300] 연설기록비서관 초안 잡고 부속비서관 거쳐 朴대통령에 전달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1


'비선실세' 논란에 휩싸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 입수해 수정했다는 24일 JTBC의 보도로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과 유출 경로에 관심이 모아진다.

역대 어느 정부든 대통령의 입을 거쳐 나가는 모든 연설문은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인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책임져왔다. 연설기록비서관이 각 수석비서관실에서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초안을 잡는 시스템이다. 이후 초안을 읽어보며 내용을 검토하는 독회(讀會) 등 수정·보완 과정을 거친다. 광복절 경축사 등 중요한 연설문의 경우 어느 정부든 반드시 독회를 거친다.

그러나 독회 방식에는 정부마다 차이가 있다. 과거 대부분의 정부에선 주로 대통령이 독회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소리 내어 초안을 읽어보며 청와대 참모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히 독회를 자주 열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의중까지 반영된 수정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선 대개 비서실장이 독회를 주재한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에만 독회에 참석한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연설문은 대체로 연설기록비서관이 초안을 잡은 뒤 관계 수석실에서 다듬어 올리고, 광복절 등 큰 행사의 연설문은 전 수석실에서 나서서 다듬고 독회를 거쳐 올린다"고 말했다.


독회를 통해 수정·보완된 연설문은 부속비서관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다시 수정·보완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연설문을 받아본 뒤 직접 최종 첨삭을 하기도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거의 모든 연설문을 직접 꼼꼼하게 첨삭한 뒤 연설기록비서관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JTBC의 보도대로 최씨가 실제 연설 직전에 박 대통령의 연설문 파일을 넘겨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파일은 연설문 준비 최종 단계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종 단계의 연설문은 주로 연설기록비서관실 또는 부속비서관실 등에서 다뤄진다.

연설문 유출이 의심되는 시기인 2012년 12월∼2014년 3월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자리엔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근감사가 있었다. 여권 최고의 필력가로 정평이 난 조 감사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부터 10여년간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도왔다. 그러나 조 감사는 지난 6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최진웅 비서관이 넘겨 받았다.

또 당시 청와대 1·2부속비서관은 각각 정호성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현 국정홍보비서관)이 맡고 있었다. 둘 다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18년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지금도 부속비서관으로 근무 중인 정 비서관은 취임 전까지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도맡아 했었다. 그러나 정 비서관은 최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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