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군과 강제 성관계한 카투사, 2심도 무죄…이유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6.10.25 05:50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주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군인 카투사 병사가 친하게 지내던 주한미군 소속 여군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강간)로 기소됐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씨(22)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온 B씨(19·여)를 처음 만났다. 이들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됐고 합의 하에 키스를 하거나 성관계를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발생했다. 두 사람은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한 미군 사단 내 숙소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B씨와 성관계를 하려 했다. B씨가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내가 이 방에서 나가겠다"고 말하자 A씨는 "그렇다면 강제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이후 B씨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A씨는 "내가 지금 너를 강간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B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A씨는 성관계를 중단했다. A씨는 B씨에게 사과했고, B씨는 "용서한다. 이해한다"며 A씨의 머리를 쓰다듬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는 A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헌병에 신고했고 군검찰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B씨가 저항을 하지 못하도록 A씨가 폭행이나 협박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A씨의 행위를 해당 규정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B씨가 소리를 질러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벗어나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 B씨가 스스로 바지를 벗은 점, 성관계 과정에서 B씨가 위치를 바꾼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심 재판부도 이 같은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A씨가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B씨의 저항을 막았다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폭행을 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또 A씨를 뿌리치는 등의 적극적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가 사건 이후 B씨에게 "나는 너를 강간했었던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법원이 강간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1심은 "A씨는 B씨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한 것을 강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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