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전자 진짜 주주들에게 이로운 것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6.10.24 05:57
오는 27일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사업부의 HP 매각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주주서신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엘리엇은 지난 5일 2개의 자회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과 30조원의 현금배당, 나스닥 상장, 사외이사 추천 등의 서신을 발송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선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이 주주발언 등의 기회에 이 같은 주장을 다시 펼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진정한 주주들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이 주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주주라고 다 같은 주주가 아니라는 게 실리콘 밸리식 사고다. 또 주주 외에도 그 회사의 종사자와 그 회사의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들도 회사의 성장을 이루는 주인의 요소를 갖고 있다.

특히 주주를 구별함에 있어서 창업 주주와 장기투자주주, 단기 투자주주를 동일시할지도 고민할 요소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톱 기업인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창업주주들의 의결권은 10배를 인정하는 주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엘리엇처럼 몇달 전에 주식을 사서 '나도 주주이니 30조원을 배당하라'는 식의 투기적 '얌체주주'들의 전횡을 막기 위한 실리콘밸리식 조치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는 A형과 B형, C형(의결권 없음) 등 3종류의 주식이 있다. B형 주식은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 초기 임원들만 보유한 비상장 주식으로 의결권이 A형 주식보다 10배가 많다. 비상장주식인 B형은 1주당 10표의 의결권 가짐으로써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A·B형 두 종류의 주식 중 B형 주식은 마크 저커버그 등 창업시기 주주들이 갖고 있으며 A형 주식보다 의결권이 10배로 주식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는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예를 적용하면 엘리엇의 1주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창업가문의 1주는 가치가 다르다는 얘기다.


엘리엇처럼 시장에서 단기간에 주식을 매집해 창업주주와 같은 목소리를 내려면 최소한 10배 이상의 정성(자본)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식 사고다.

현금 배당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주와 종업원, 고객들에게 가장 이로운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삼성전자가 영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지속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면서 소비자들도 삼성전자의 제품을 쓰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현금배당처럼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는 짓'은 자제해야 한다.

삼성전자에게는 중국 IT기업의 추격, 글로벌 저성장, 갤럭시노트7 발화 이슈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걸림돌들이 첩첩산중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30조원의 배당으로 '실탄'을 소비하는 것은 미래를 버리는 행위로 주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보유현금은 투기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써야 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을 비롯해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에 사용돼야 한다. 그게 진정한 주주들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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