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선정과 함께 상장 방법도 구체화했다. 500V는 당초 다른 시장을 거치지 않고 코스닥시장에 바로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코넥스시장을 거쳐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키로 최종 확정한 것.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코넥스시장에 지주사 형태로 상장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코스닥 이전 상장은 늦어도 내년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패스트 엑시트(투자금 회수)'라는 사업 철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출범한 500V는 당시 2년반 안에 자본시장에 상장해 각 벤처기업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돕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외국보다 자금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국내 벤처 시장의 한계를 벤처 간 동맹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탈(VC)의 자금 회수 목적으로 탄생한 코넥스시장을 먼저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거래소가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선 코넥스 후 코스닥' 전략을 펼치는 기업에 이점을 부여한다는 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거래소는 코넥스 상장 1년이 지난 기업이 △매출액 100억원 이상 △영업이익 시현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추면 코스닥 이전 상장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있다. 500V는 지난해 연결 기준 총 매출 230억원과 영업이익 7억원, 당기순이익 22억원을 시현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40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작업에 힘을 싣기 위해 500V는 최근 지배·경영구조도 손을 봤다. 우선 전체 계열 벤처 26개 중 사업 안정기에 접어든 일부를 묶어 기존 지주법인에서 분할한 새 지주법인에 포함시키는 구조개편 작업을 최근 완료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출범 초기 밝힌 사업계획으로 미뤄봤을 때 상장 대상이 될 새 지주법인은 O2O 벤처 연합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00V 내부엔 하나의 상장법인에 연결될 벤처기업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경영통합시스템도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은 서로 연관성이 낮은 각 벤처들끼리 상장에 필요한 재무·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수직적 구조보다 각 벤처들의 수평적인 연결을 강조하며 생겨난 지배구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KB투자증권은 하반기 들어서부터 상장을 위한 경영구조 효율화 작업 등 다양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이번 거래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500V가 지난해 9월 상장 검토에 나서자 KB투자증권 외에도 다수의 국내 증권사 IB들이 상장 자문에 나서며 주관 자격을 따내기 위한 물밑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 드문 '벤처 연합'이라는 사업구조에 대해 다른 곳보다 KB투자증권의 이해도가 높아 유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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