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송통신' 융합 속도전…칸막이 규제 가로막힌 韓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 2016.10.23 16:35

美 AT&T '타임워너' 인수로 가속화되는 방통융합 "고품질 콘텐츠의 승리, 이제 모바일"

미국 주요 통신사 AT&T가 콘텐츠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전격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방송통신 산업계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번 메머드급 M&A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송·통신 융합, 이를 위한 관련 기업간 M&A(인수합병)가 글로벌 트렌드로 굳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반대로 국내에선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와 CJ그룹과의 미디어 콘텐츠 제휴가 정부 불허로 무산된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칸막이식 규제 탓에 산업 경쟁력만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 모바일+영상 콘텐츠…“지금이 적기”

22일(현지시간) 미국 통신시장 2위 기업이 AT&T가 무려 854억 달러(약 97조4400억원)을 들여 타임워너를 인수키로 한 데는 방송통신 융합 시장에 대응해 조기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타임워너는 영화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CNN, 케이블네트워크 HBO, 카툰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할 경우, AT&T는 로컬 통신사업자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미디어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 당국이 이번 M&A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시도만으로도 미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 방송·통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트워크 시장 포화 위기를 맞아 미국 통신기업들조차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진화를 앞둔 상황에서 가입자당 매출(ARPU)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디어·콘텐츠 플랫폼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디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콘텐츠 투자 재원 확보와 모바일 시장 대응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AT&T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방송통신 이기종 기업과의 M&A 및 제휴 시도가 활발히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번 M&A는 성숙기에 들어간 통신사업자가 플랫폼에 이어 콘텐츠까지 미디어 사업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변화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면서 “타임워너 역시 케이블 사업을 매각하고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들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 AT&T와 이해관계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방송통신 M&A, 한 차례 제동 걸렸던 韓 시장은

이번 AT&T와 타임워너의 M&A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내 방송통신 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높일 기회를 정부가 막았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커지게 된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했다. 경쟁 제한성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당시에도 방송통신 융합 흐름을 거스르는 무리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국내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M&A 소식에 “전 세계 방송·통신 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내는 칸막이식 규제로 시장 선도는 고사하고 뒤처지게 된 상황”이라고 평했다. 사업자가 융합을 통해 서비스 경쟁에 나서려고 하는데 정부의 해묵은 논리와 결정으로 막혀버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면 밑에서 활발했던 방송통신 업계간 M&A 논의는 정부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불허 방침 이후 실종됐다. 정부가 경쟁제한성 제한 논리로 내세운 ‘지역(권역)별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에는 방송·통신 기업간 어떤 M&A도 명분을 얻기 어렵다. 새 국회에서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는 첫발조차 띄지 못했다. 내년 대선 이전에는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 이전에는 케이블 TV, IPTV, 콘텐츠 등 정부가 정해놓은 시장과 점유율 제한 울타리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철 교수는 “이번 M&A는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우리 기업은 글로벌 기업들의 진입을 방어하기도 해외로 나가기도 힘든 상황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흐름에 맞게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선두 사업자들의 투자와 변화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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