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게 한음까지…고급지네 그 ♬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6.11.19 03:29

[디지털라이프]아날로그에 가까운 음질 표현하는 고품질 디지털 음원 인기…음원사이트, 디바이스 업체도 시장 확대

삼성전자가 오디오 명가 하만카돈(Harman Kardon), 뱅앤올룹슨(B&O) 등을 보유한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해 화제다. 시장에선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 온 자동차 전장 사업의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자동차뿐 아니라 TV와 스마트폰, 웨어러블, 가상현실(VR) 등에서 하만의 음향기술을 활용한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컨슈머 오디오와 음향 관련 솔루션 시장은 매년 4%씩 성장해 2025년에는 488억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음원의 이용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음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원래 음원과 유사하다’는 뜻의 하이파이(Hi-Fi) 음원 등 고음질 음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음질 음원의 대중화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들이 고품질 음원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디오 업체들도 이러한 음원을 재생하는 디바이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이용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기 바쁘다.

◇아날로그에 가까운 음원 찾아라…‘MP3’ 대신 ‘플락’=‘고음질 음원’이란 압축과 가공을 최소화한 원음에 가까운 음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CD, MP3 음질을 뛰어넘는 수준의 음원으로 통용된다. 오디오 브랜드사들이 사용하는 ‘고해상도(High-Resolution) 음원’, ‘MQS(Mastering Quality Sound)’ 음원 등이 고음질 음원에 속한다. 고음질 규격을 개발한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용어들로 불린다. 고음질 음원을 저장하는 파일 형식도 FLAC·WAV·ALAC·AIFF·DFF·DSF 등 다양하다.

고음질 음원은 우리가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용으로 많이 쓰이는 MP3 음원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데이터의 양은 MQS가 MP3 파일에 비해 약 6.5배 많고 음원 용량도 MQS(138MB)가 MP3(10MB)보다 10배 이상 크다. 데이터를 담는 용기를 의미하는 비트(Bit)를 기준으로 했을 때 MP3와 CD가 16비트, MQS가 24비트 수준이다. 비트 숫자가 높을수록 정보량이 많고, 음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을수록 음질에 대한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주파수는 일반적으로 CD는 16비트·44.1KHZ의 대역폭을 갖고 있는 반면, MQS와 같은 24비트 음원은 96~192KHZ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화해 저장할 때 아날로그 파형과 유사한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음원을 구간별로 잘게 쪼개야 한다. 대역폭이 넓을수록 음원을 구간별로 잘게 쪼개는데 유리하다.

고음질 음원 가격은 MP3 음원에 비해 1.5~3배 정도 비싼 편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 벅스에서 MP3는 곡당 평균 600원, 플락(FLAC·16비트 기준)은 900원에 제공되고 있다. 무손실 압축포맷인 플락은 음질 손실이 거의 없는데다 오픈소스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호환돼 인기가 높은 고음질 음원을 꼽힌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음질 음원 시장은 최근 1~2년 전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MP3 파일 형식의 디지털 음원 소비가 확산되던 초기 전문적인 플레이어가 인기를 얻다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위축되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의 오디오 스펙이 점차 높아지자 고음질 음원 파일과 기기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고음질 음원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과 일본업체 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 4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서 “고품질 음악플레이어는 고가임에도 불구 일본, 한국 유럽 등 음악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사양 음원플레이어는 수요층이 다소 제한적이나 점진적인 소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H-R·MQS 고음질 음원 지원 디바이스·음원 서비스 풍년=고음질 음원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음원 이용을 위한 각종 기기,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벅스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용자들이 서비스 이용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1순위는 음질이고 음원 수, 재생 안정성의 순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시장이 성숙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멜론·벅스·지니 뮤직·엠넷 등 국내 음원 업체 ‘빅4’는 2013년부터 플락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휴대폰에 다운받지 않아도 고음질 음원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 이들 업체의 플락 음원 수는 전체 음원 4분의 1 수준인 1000만 곡에 달한다. 국내에서 고음질 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벅스는 11월 현재 850만 곡을 플락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고음질 음향기기도 빠른 속도로 출시되고 있다. 국내 업체 아이리버는 2012년 10월 ‘고음질 음원 재생기 ‘아스텔앤컨’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70만∼40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아스텔앤컨은 최대 32비트, 384kHz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한다. 최근 출시한 MP3 플레이어 ‘E700’은 MP3, OGG, WMA 파일 포맷은 물론 24비트 고음질 음원 파일인 FLAC, APE등의 음원 재생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니가 개발한 HRA는 일본 오디오 소사이어티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고음질 음원 규격이다. 현재 오디오, 헤드폰, 워크맨, 스피커 등 자체 생산하는 대부분의 디바이스에서 HRA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리핑(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바꾸는 과정) 기능을 통해 LP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악을 원음에 가까운 HRA 음원으로 저장하는 레코딩 턴테이블 ‘PS-HX500’은 소니가 1999년 선보인 고해상도 음악 포맷인 DSD파일로 음원을 기록해 풍부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달 출시한 플래그십 오디오 라인업 ’시그니처 시리즈‘(헤드폰·워크맨·헤드폰 앰프)도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한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만해도 국내 음악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지만 음원 업체의 노력과 이용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해외처럼 국내 고음질 시장도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고음질 음원 전용 서비스와 디바이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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