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자 '4만명 관리' 경찰, 직무법에는 '우범자' 없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16.10.23 11:36

우범자 관리 법적근거 부족, 인권침해 논란 뒤따라…"명확한 법근거 마련해야"

19일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사제 총기로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한 성병대씨(46)가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강북경찰서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성폭력 등 전과 7범인 성병대씨(46·구속)가 사제 총기 살인 사건을 저지르자 경찰의 우범자(범죄경력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인물) 관리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4만명 가까운 우범자를 관리해야 하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애를 먹는다. 대상자의 인권침해 문제까지 겹쳐 경찰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우범자는 3만9781명이다.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아 중점관리하는 1단계 우범자는 879명, 재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2단계 첩보수집 대상자는 2만1132명이다. 첩보수집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3단계 자료보관 대상자는 1만7770명이다.

경찰은 각 관할 내 우범자 수와 단계별 인원에 따라 인력을 배정해 우범자를 관리하고 있다. 우범자마다 담당 경찰관을 지정해 주변인 탐문이나 소재 파악 등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경찰의 우범자 관리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경찰은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이라는 경찰청 예규에 따라 우범자를 규정·관리하고 있다.

예규는 상위기관이 하위기관에 내리는 일종의 행정규칙일 뿐 법령은 아니다. 경찰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에는 '우범자'라는 단어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치안정보 수집이라는 경직법상 업무범위를 확대해석 해 우범자 관리 예규를 만들었다.


명시적 법적 근거가 없으면 논란이 생기기 십상이다. 특정 인물을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고 일종의 '감시'를 하는 우범자 정책 특성상 당사자의 인권침해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2012년 4월 강도강간 14범 전력의 우범자가 담당 경찰과 대면한 이후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경찰은 우범자와 직접 대면을 피하고 간접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강력 범죄예방'이라는 목적과 '인권침해'라는 부작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하는 셈이다. 강하게 관리하면 인권침해라 비난받고 관리대상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못 막았다고 욕먹는다.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에서 총격 살인 사건을 저지른 성병대씨 사례도 경찰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경찰은 성씨가 성폭력 등 전과 7범으로 1단계 중점관리 대상이었지만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3단계 자료보관대상으로 하향했다.

법무부가 대면 관리를 하는 만큼 이중관리를 피하고 당사자 인권침해와 다른 우범자 관리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경찰은 해명한다. 하지만 수차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폭력·범죄 암시 글을 올리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성씨가 결국 범행을 저지르면서 법무부와 경찰의 우범자 관리에 구멍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우범자 관리를 법령으로 규정해 명확한 대상과 관리범위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발찌 등 기존 법과 선후관계를 명확히 하고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경찰의 우범자 관리 업무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규에 따라 우범자 관리를 하다 보니 인권침해 지적이 있고 관리 활동이 위축받는다"며 "명확하고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경찰에게 우범자 관리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