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86일 농성…수평적 시위 성공, 특혜의혹 규명 과제로

뉴스1 제공  | 2016.10.21 18:45

130년만에 첫 교수 시위, 총장 불명예 퇴진 등 불러
새로운 시위문화 창출…정유라 의혹 등 숙제로 남아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최순실 딸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6.10.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철회 요구를 시작으로 총장 사퇴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한지 86일만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농성을 해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 기록 중 최장 기간이다.

학생들은 "이화학당으로부터 최경희 전 총장의 사표 수리 공문을 정식 수령했다"며 "이화학당 이사회의 결정을 기쁘게 수용하며 지난 86일간의 본관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관 내부 및 비품 정리가 필요한 관계로 구체적인 일자는 학교 본부와 조율할 예정"이라며 "공식 기자회견 및 성명서 내용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21일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법인행정동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고 최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사회는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논의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28일부터 시작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86일간의 시위는 많은 성과를 남겼다.

학생들은 정치세력이 개입하지 않은 '주동자'가 없는 시위를 표방하며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

그동안 총학생회 중심으로 움직이던 학생운동을 어떤 사안이든 토론으로 결론을 내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점거 농성 학생들은 각자 맡은 임무가 있었지만 모두 본인이 원해서 하는 자원봉사 체제로 움직였으며,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유동성을 보였다.

졸업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의 시위에 모금활동을 하고 지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에서 열린 '최순실 딸 특혜 논란'과 관련한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2016.10.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여기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최 총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17일 학교 측이 정씨 의혹에 대해 해명했으나 또다른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나왔고 교수협의회는 "학교의 해명이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130년만에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최경희 총장은 결국 130년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첫 총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학생들의 시위와 학교 비리에 대한 민원 제기 등에는 움직이지 않던 최 총장은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온지 23일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결국 학생들의 시위보다 정씨 특혜 의혹으로 인한 부담감이 최 총장이 백기를 들게 만든 결정타가 됐던 것이다.

총장이 사퇴했지만 향후 과제는 남았다. 정유라씨 특혜 의혹은 끊임없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법인 이사회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정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가 정씨의 수많은 의혹 중 학사관리에서 부실했다는 점만 시인한 이상, 조사가 학사관리 부분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입학 과정에서의 특혜, 내규 변경 과정에서의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또 경찰에 고발된 학생들에 대한 경찰 조사,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 도입 등 남아있는 갈등 요소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큰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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