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고 뺏기는' 판권…패션 대기업의 수입 브랜드 전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배영윤 기자 | 2016.10.21 04:29

판권 계약종료 임박한 폴스미스·끌로에·클럽모나코 SI 품으로?…SK네트웍스 보유 수입브랜드에 '눈독'

패션 대기업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와 판권 계약을 맺는 수입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기 브랜드의 경우 기존 파트너사와 계약이 종료되기 수개월 전부터 해외 본사와 물밑 접촉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올 연말 비엔에프통상과 계약이 끝나는 영국 패션브랜드 '폴스미스' 국내 판권을 인수한다. 비엔에프통상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장재영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2001년부터 폴 스미스를 판매해왔지만 15년 만에 내놓게 됐다. SI는 내년 1월 한섬과 계약이 만료되는 '끌로에', '씨바이끌로에', 3월 SK네트웍스와 계약이 끝나는 '클럽모나코' 본사와 판권을 협상 중이다.

◇'뺏고 뺏기는' 판권 시장…해외 본사 접촉 경쟁=패션·유통 대기업들은 각각 10~30개 가량의 해외 패션 브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본사와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단위로 라이선스 또는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 브랜드 판권을 보유한 업체는 신세계그룹 패션계열사인 SI다. 아르마니·돌체앤가바나·알렉산더왕·알렉산더 맥퀸·메종마르지엘라·지방시·셀린느 등 총 36개 수입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섬은 끌로에·지미추·랑방·쥬시꾸뛰르 등 18개, LF는 이자벨마랑·바네사브루노·질스튜어트·알레그리 등 17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꼼데가르송·띠어리·토리버치·이세이미야케 등 9개, SK네트웍스는 DKNY·타미힐피거·클럽모나코·캘빈클라인 플래티늄 등 6개 판권이 있다.

SI가 폴스미스에 이어 협상 중인 끌로에, 씨바이끌로에, 클럽모나코 판권까지 모두 따내면 해외 브랜드 사업 분야에선 최강자 입지를 확실히 다질 전망이다. 특히 클럽모나코는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매장이 77개에 달하는데다 마니아 고객이 많아 2014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고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 사업은 판권 이동에 따라 시장 판도도 달라진다"며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한섬이 최강자였지만 최근에 SI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SK 보유 브랜드 '눈독'…자체 브랜드보다 부담 적어=최근 패션사업 철수를 선언한 SK네트웍스 보유 브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이 많다. A패션업체 임원은 "SK네트웍스가 현대백화점과 패션사업 매각을 논의하고 있지만 해외 브랜드 사업은 별개 문제"라며 "SK네트웍스가 운영해 온 해외 브랜드 본사와 먼저 접촉해 사업권을 따내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패션·유통 대기업들이 수입 브랜드 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는데다 마케팅 등 운영 비용 부담이 덜해서다. 장기 불황으로 패션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위험부담이 큰 자체 신규 브랜드 개발보다 검증된 해외 브랜드 사업에 매달리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SI, 한섬, SK네트웍스 등 5개 패션 대기업이 올해 신규 론칭한 자체 브랜드는 4개뿐이다.

B패션업체 관계자는 "토종 브랜드를 새로 론칭해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신규 브랜드 사업을 벌였다가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안정적인 수입 브랜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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