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국민 '하소연' 들어주는 국회 38년차 베테랑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6.10.21 06:00

[the300][피플]이계영 국회 의정종합지원센터 청원 담당 계장

이계영 국회 의정종합지원센터 청원 담당 계장/사진=최경민 기자

국회 의정종합지원센터의 이계영 행정사무관(청원 담당 계장)은 최근 숙제를 하나 해치운 느낌이다. 국회 민원상담실이 새롭게 개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원상담실은 국회에 변변한 자리도 마련하지 못해왔다. 국회 본관 구석에 벽이나 파티션도 없이 위치해있었다. 의자만 몇개 놓여져 있었을 뿐, 대다수의 사람들이 민원상담실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지난해 8월 의정종합지원센터에 부임한 이 계장은 별도의 민원상담실 공간 마련을 건의했고,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 12일 국회사무처는 국회 의원회관 신관 1층으로 민원상담실을 확장 이전했다. 별도의 부스를 세워 독립된 공간이 만들어졌고, 오래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의자와 탁자도 들어왔다.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민원상담 환경이 조성됐다.

이 계장은 "이전부터 민원상담실 마련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제가 와서 보니 기존 공간이 너무 부실해 적극적으로 건의를 했다"며 "본청에 있을 때는 부스가 없었기 때문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상담 중인 민원 내용을 모두 엿들을 수도 있었다. 이제는 민원인들이 오히려 상담이 끝나도 편해서인지 안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민원상담실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얻어 제출하는 청원, 국회에 대한 입법의견을 포함한 진정, 국회 소속기관의 행정사무에 대한 행정민원 등 방문 형태로 제기되는 민원을 접수·상담하는 곳이다. 방문 외에도 전화, 이메일, 팩스로도 민원을 받는다. 민원에 따라 관련 상임위원회까지 올라가 입법 과정의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5명의 직원들이 이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이계장은 현장에서 듣는 국회 민원은 여타 기관과 성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소연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민원인들이 여기 저기에 민원들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가장 마지막에 갈 곳이 없어 하소연하러 오는 민원이 많다. 다른 기관에서도 '법은 국회에서 만드니 국회로 가시오'라고 소개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악에 받친 민원인들이 많은 만큼 거친 상황도 자주 연출된다. 술을 먹고 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민원인들도 있다. 감정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민원' 중에서도 그 노동 강도가 강한 편.

이 계장은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계장은 1979년 국회에 입사, 38년 동안 근무한 국회의 산증인 같은 존재다. 권위주의 정권, 민주화, 정권교체 등 현대사의 굴곡을 국회에서 지켜봐왔다. 세월의 내공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도 민원인들의 하소연을 청취한다.

이 계장에게 민원상담의 노하우를 묻자 "그냥 다 들어줍니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는 "어떻게 해요, 여기까지 와서 하소연 하는데"라면서 "나중엔 하소연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자식을 데려와 인사시키는 사람들도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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