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김영란법과 대학사회의 명암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6.10.20 04:58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교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교수가 공직자 등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의도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 어색한 일들이 일어난다.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네면 안 된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례고 실제로 대학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 침해가 일어난다.

예컨대 교수가 학회에 나가 토론하는 것까지 사전신고하게 하고 위반하면 제재한다. 심지어 사례를 받지 않아도 신고해야 하는데 이는 법의 취지와 아무 관련이 없다.

학회 토론은 공직자들에게는 가끔 하는 부차적인 일이지만 교수직에는 중요한 일부다. 직무관련성이라는 불확실한 개념 때문에 의대 교수와 법대 교수의 행동이 다른 평가를 받는데 이는 법이 교수를 학자가 아닌 공직자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김영란법은 우리 대학의 가장 어려운 문제인 총장·학장 선출이나 교수임용 과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앞으로 대학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김영란법은 제5조 제1항에서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규정했다.

김영란법은 그 제4조에 교수를 포함한 공직자 등은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말고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직무수행과 관련해서 공평무사하게 처신하고 직무관련자를 우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되게 해서 인사청탁을 바로 법령 위반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 대다수 대학의 총장, 학장 선출은 간선제나 임명제다. 서울대의 경우 학장은 단과대 추천으로 총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총장의 임명에 영향을 주기 위해 청탁하는 모든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이 될 것이다.


공개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식적,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행동 외에 관련된 사람을 개별 접촉해서 지지를 요청하거나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것은 사회상규 범위 밖이면 규제 대상으로 보인다. 총장선거나 교수임용도 같다.

본인을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은 과태료 대상이다. 따라서 선거캠프의 역할은 득표활동이 아닌 공약개발이 될 것이다.

청탁을 받고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제재를 받는다. 종래에도 선거철에는 입장이 곤란해서 후보를 피해다니는 교수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마주쳐서 지지를 부탁받으면 동료 교수를 신고해야 하는 난감한 일이 생긴다.

청탁을 받고 지지하면 2년 이하 징역형이란 무거운 벌이 기다린다. 물론 누구를 실제로 지지했는지는 비밀투표 등의 경우 밝혀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입증의 문제다.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학교에선 이사회 결의가 대개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이나 제3자를 통해 개별적으로 지지를 부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진다. 이사회가 그런 후보는 원천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총장, 학장 선출 과정이 변하면 업적 외에도 인간관계와 친화력을 자산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이 연구실에 앉아 대학의 비전이나 학문만 생각해온 후보에 비해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후보들도 전략을 달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격은 충분하지만 성격이나 연고 부족을 이유로 나서지 않던 사람들이 나설 수도 있다.

지금 김영란법의 본류와 다소 먼 이슈들이 집중조명되면서 사회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대학에서도 같다. 언론에선 전직 고위검사들의 부패기사가 밥값 3만원 기사에 묻히는 느낌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들의 엄중함이 희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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