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회계투명성 꼴찌'...감사인 강제지정제 절실

머니투데이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 2016.10.20 06:00
기업의 분식회계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이때마다 회계감사인이 눈감아주지 않았는지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회계감사는 기업의 결산보고서(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사실대로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인증하여 투자자와 채권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때 재무제표는 CEO의 성적표로서, 인간 심리상 경영을 잘못해도 성적표는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기업경영자는 이런 유혹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직업윤리로 무장한 전문가의 외부감사가 필수적 장치로 요청된다.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공인회계사회 감리위원장)
우리나라 감사시장은 자유선임제로서 감사인을 선임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피감사기업이 ‘갑’이고 감사계약을 수임하는 감사인이 ‘을’이다. 과거 1982년까지는 정부배정제였으나 사적자치원칙과 감사인간 경쟁을 통한 감사품질제고라는 명분으로 1983년부터 자유선임제로 바뀌었다(단, 예외로 분식회계적발기업과 상장예정기업 등에 지정제가 일부 적용되고 있음).

그러나 우리나라 특유의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체제 아래에서 상법상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선진국과 달리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 등의 내부감시기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33년간 한 세대가 넘도록 감사시장은 실패해 왔다.

이는 국제경쟁력평가기구인 스위스 IMD가 2016년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를 61개국 중 꼴찌로 발표한 데서 사실로 나타났다. OECD회원국으로서 창피하기 그지없다.

외부감사는 기업이 보수를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국민 누구나 감사보고서를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지금은 그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감사가 공공재로서 본연의 기능을 하기 위해선 소신껏 감사할 수 있도록 ‘갑을’ 관계를 바꾸어주어야 한다.

감사인의 경우 독립성과 전문성이 모두 필요하지만, 독립성이 무엇보다 우선되며 전문성은 연수강화와 감사인등록제 도입으로 보완 가능하다. 감사인의 독립성은 감사인들이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공정과 정직이라는 윤리의식에 입각하여 소신대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년 원전부품시장에서 부품 납품업체가 검증기관을 임의선정하여 불량 부품이 납품되었다고 전국민이 불안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사례처럼 자유선임제로 감사인의 독립성은 굉장히 취약하다.

최근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회계제도개혁안 중 감사인 강제지정제는 일부에서 외국사례가 드물다고 반대하지만, IMF위기 때 선진국모형으로 도입한 기업지배구조가 혈연-학연-지연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계약체결권을 CEO가 아닌 감사위원회 등에 준들 미봉책이 될 뿐이다. 강제지정제에는 ‘전면지정제’와 ‘상장법인지정제’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전면지정제는 모든 법정 외부감사에 회계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현행 지정방법을 원용하여 100%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에 상장법인지정제는 사회적 영향이 큰 상장법인(금융회사 포함)만 금융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고, 비상장법인은 현행대로 자유선임제를 적용하는 과도기적 방안이다.

우리나라의 감사시장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면지정제가 맞다고 본다. 과거 배정제 시절엔 감사기간 중에 피감기업의 감사자료제출 거부 등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현업에 있는 회계사의 얘기인즉 “꼭 그 자료를 봐야 되겠나”, “귀찮게 하면 다음 계약은 재고하겠다” 등 위협과 함께 감사를 방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럴 경우 공인회계사들은 감사의견에 있어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을 표명해야하는데 감사시장에서는 수임한 거래선을 잃을까봐 그럴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미확신 상태에서 적정의견을 내게 되고 결국 감사의 품질이 훼손되는 것이다.

자유선임제에선 감사보수가 당사자 간 자유계약이므로 기업은 같은 적정의견을 받는 마당에 감사보수가 낮은 쪽과 계약하게 된다. 일부 기업에선 경쟁입찰까지 붙이고 감사보수가 낮은 쪽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러나 낮은 보수는 과소한 감사투입시간으로 불량한 감사품질을 초래하게 된다. 현재 감사보수에 대하여는 아무런 표준규정이 없다. 갑인 피감기업은 낮은 감사비용을 원하고 을인 회계법인은 일감 확보를 위해 감사보수를 스스로 전년보다 덤핑하는 실정이다.

기업 측에선 지정제도로 바뀌게 되면 감사비용이 올라간다고 우려하는데 이는 기득권 차원에서 우리나라 외부감사제도 발전에 무책임한 태도인바, 정부당국과 당사자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조정기구를 만들어 합리적 기준을 정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유용한 회계감사보고서가 나오게 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투자자나 채권자 입장에서 볼 때 신뢰성이 없다. 글로벌 시대 해외은행이나 해외투자자들이 우리 감사보고서를 믿지 못하면 향후 회계분야 국가경쟁력 평가는 꼴찌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