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시간 연속근무 日여직원의 죽음…"남일 같지 않아"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16.10.18 17:15

[이슈더이슈]한달 105시간 초과근무 몸·마음 망가져…누리꾼 애도·동병상련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일본 20대 여사원의 자살원인이 한달 100시간 넘는 초과근무와 악마의 규칙 등 살인적 근무여건 때문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동병상련을 느꼈다.

◇日여사원 살인적 노동에 극단적 선택…"일·인생 너무 힘들어"
지난해 4월 일본 대형 광고업체인 덴쓰에 입사한 다카하시 마쓰리씨(사망 당시 24세)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해 크리스마스에 사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언론 등에 따르면 그는 "일도 인생도 너무 힘들어.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이메일을 어머니에게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도쿄대학교를 졸업한 뒤 덴쓰에서 인터넷 광고 업무를 담당했으며 사망 전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렸다. 팀원이 줄었으나 인력충원은 없었던 탓이다.

관할 노동기준 감독서 조사결과 그는 사망 전인 10월9일~11월7일 105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그는 특히 53시간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기록된 근무일지에는 그가 10월25일 저녁 7시30분쯤 출근해 28일 낮 12시40분쯤까지 근무했다. 중간에 17분쯤 공백시간 외에는 회사에 붙잡혀 일했다.

무차별하게 퍼붓는 업무는 다카하시를 심각한 우울증으로 몰아넣었다. 과도한 업무에 몸은 피폐해졌고 상사의 핀잔에 마음까지 무너졌다. 회사는 근로여건 개선보다 그에게 책임만 전가했다.

특히 '악마의 규칙'으로 불리는 10가지 규정도 문제가 됐다. 일본 언론은 50여년 전 당시 덴쓰 대표가 만든 '일을 시작했으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만두지 마라'는 등의 내용이 사원용 수첩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주말에도 일해야 해서 죽어버리고 싶다"거나 "휴일을 반납하고 만든 자료가 형편없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진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기댈 곳은 없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일본 내에서 덴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당국은 대대적인 노동 실태조사에 나섰다. 일본 노동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규정돼 있으나 협정에 따라 노동기준감독서에 신고하면 상한을 넘을 수 있다.


정부는 특히 덴쓰가 불법 장시간 노동을 관행적으로 시켰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덴쓰는 1991년에도 2년차 남성 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자살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이 일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정책을 추진 중인 아베 신조 정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일본의 대다수 직장인은 이처럼 과도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7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1월 1만개 기업(답변 1743개)을 상대로 근로조건을 조사한 결과 한달 80~100시간 연장근무 시킨 적이 있다는 기업이 11%에 달했다.

◇ 일본 과로사 '애도'…"일본만의 문제 아니다"
일본에서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에 한국 국민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 누리꾼(lim***)은 일본의 사망소식을 담은 뉴스를 전하며 "일본 신입사원뿐 아니라 잔업이나 하드한 업무강도로 과로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헬조선·N포세대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 국민들은 특히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실제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서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2113시간으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dst***)은 "다카하시의 자살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인들은 겉으론 반듯하고 예의바르고 장인정신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은 점차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7l***)도 '죽음으로 몰고 간 과로'에 일본 열도가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내용과 함께 "일본만의 문제로 봐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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