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비싸고, 내집마련 막히고…집없는 서민들 "어쩌라고"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6.10.19 04:18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3건中 1건이 전세가율 80% 넘어…"정부가 올린 집값, 매매 길도 막혀"

서울의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 가로막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오른 전셋값을 메우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가 애초에 실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 정책을 펴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가 과열 논란에 직면하자 뒤늦게 정책 방향을 급선회, 서민들의 주거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지난 8월 한 달간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3건 중 1건(3713건 중 1154건, 31%)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하 전세가율)이 8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는 거래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이뤄졌다. 이 같은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성북구로 119건에 달했다. △노원구(95건) △구로구(79건) △동작구(74건) △성동구(69건) △관악구(61건) △강북구(55건) △강동구(5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성북구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 매매가에 육박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실제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전용면적 134㎡의 매매가는 4억8300만원 안팎인데 최근 거래된 전세가가 4억5000만원이었다. 전세와 매매 격차가 단 3000만원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최근 매매 호가가 다소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거나 거의 같은 수준인 단지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사강변 등 인근 신도시 신규입주 물량으로 일시적인 역전세난 현상이 빚어졌던 송파구도 전세가율 80% 이상 거래가 44건에 달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강남 재건축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적잖은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섰다. 하지만 때마침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고 정부가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앞서 분양시장에 뛰어든 실수요자들은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대출 여건과 높아진 가산금리의 영향을 받고 있다.

조만간 서울의 한 신규분양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30대 직장인 A씨는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대출 승인을 받긴 했지만 소위 '막차'를 탄 덕분에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돼 부담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전세대출은 오히려 늘어날 조짐이다. 최근 대출을 받아 이사 갈 전셋집을 계약한 직장인 40대 B씨는 "살고 있는 집의 1~2년 전 매매가가 지금 전세가 수준이라 집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며 "오른 전셋값에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44조8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2조6000억원 늘어난 데 비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과열 방지책이 실수요자들의 주거부담과 매매 전환을 어렵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병준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고 특정 지역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하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실수요자들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대출도 1금융권을 죄면 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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