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은 영혼의 성숙,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6.10.15 07:20

[줄리아 투자노트]

1년 전 건강검진 때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평생 약을 먹고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스스로 몸과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평생 숨 쉬기 외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데 매일 몇 시간 운동했는지, 심박수와 혈압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하고 바쁘면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약 때문에 삼 세끼 식사도 꼬박꼬박 시간 맞춰 챙겨 먹어야 하게 됐다.

살아오면서 내 몸과 내 마음 상태에 대해 신경을 써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마치 유리인형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일이 많으면 밤도 새고 정신줄을 놓을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살아왔는데 마치 로봇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니 큰 자유를 빼앗긴 느낌이다. 좋은 기회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쉽다. 원고를 써달라거나 번역을 해달라는 요청은 대부분 거절해야 한다. 1년 전 건강검진 이후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내 인생은 회사 일과 운동, 2가지로 단순화했다.

운동을 위해 다니는 헬스장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헬스장 청소라는게 정말 고된 일이라는 것을 그 아주머니를 보고 알았다. 여자들이 탈의실에 벗어놓은 운동복과 양말, 샤워하면서 사용한 수건과 목욕타월을 모아다 창고에 옮겨놓아야 하고 틈틈이 샤워실 머리카락을 치워야 하며 곳곳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탈의실 바닥청소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쓰고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화장대 위의 화장품과 빗, 드라이어도 정리해야 한다. 몇 시에 출근하는지 모르겠지만 야간을 맡은 아주머니는 매일 밤 11시30분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한다.

그 아주머니를 보며 건장하지 않은 지금의 내 인생과 건강해서 고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는 헬스장 청소부의 인생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무엇을 택할까 생각해봤다. 나는 주저없이 생계를 위해 힘겹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해도 내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된 헬스장 청소부의 삶을 선택할 것이다. 불행한 것은 내가 건강한 헬스장 청소 아주머니가 된다 해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내가 가진 건강에 감사하기보다 헬스 하는 여자들을 보며 ‘나는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간신히 먹고 사는데 저 여자들은 무슨 복을 타고 나서 팔자 좋게 운동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라며 부러워하고 질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각 사람마다 가진 것이 있고 못 가진 것이 있다. 대개 가진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못 가진 것은 그걸 가진 옆 사람을 보며 큰 결핍으로 느낀다. 이 때문에 우린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감사하기가 어렵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 두드러져 보이는 탓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인생에서 좋은 것을 다 갖지 못하고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일까. 건강하고 가족도 화목하고 돈도 넉넉하고 자식은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는 등 모든 인생의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혼들의 여행’이란 책이 있다. 사람은 윤회를 통해 영혼의 성숙을 이뤄간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각 사람은 영계에서 영혼의 상태일 때 다음에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한다. 이 때 선택의 기준은 영혼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이다. 아무런 보상이나 만족 없는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기 위해 신체적 장애나 고통스런 질병을 가진 삶을 선택하기도 하고 독불장군 같은 성격을 죽이기 위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골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사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생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자신이 영혼의 성숙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잊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불평하면서 원래 이 생에서 배워 익혀야 할 덕목을 훈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배움이란 생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다음 생에도 성취하지 못한 배움을 위해 비슷한 조건의 인생을 택해야 한다. 각자 영혼의 성숙을 위해 자신이 선택한 인생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구란 커다란 연극무대와 같다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이 영혼의 성장에 필요한 것을 배우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부러워 할 것이 없다. 그 사람은 이 생에서 완수해야 할 자신의 배움을 위해 그 삶을 사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각자 지금의 이 조건과 환경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겸손인지 인내인지 용기인지 의지인지 생각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지금의 불행에 너무 슬퍼할 것도, 행복에 너무 기뻐할 것도 없다. 내가 지금 상태에서 무엇을 배워나가고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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