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국악산책] '고래야'가 선보이는 빛나는 불협화음

머니투데이 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2016.10.14 17:00

<12> 고래야 '넘어갔네'

편집자주 | 여러분은 국악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국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요?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길, 짧은 우리 음악을 동행해봅니다. 우리의 옛 음악도 재미있고 색다르고 멋지다는 것을 알려면 귀를 우선 열어야겠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연주를 학예연구사가 소개합니다. 함께 들어요 우리 음악!



고래야를 먼저 소개하자면, 2011년 데뷔해서 2013년 첫 정규앨범-‘Whale of a Time’, CJ E&M-, 2014년 정규 2집앨범-‘불러온 노래’, CJ E&M-을 낸 현재의 대중음악을 지향하는 국악그룹입니다. 2012년에 진행된 KBS 경연프로그램 ‘탑밴드’에서 봐서 아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네요.

그 중에서 저는 1집 ‘Whale of a Time’에 세 번째로 수록된 "넘어갔네"를 골랐습니다. 이 노래는 고래야 작곡, 경이 작사, 고래야 편곡이네요.
노래니까 먼저 가사를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고요. 가사는 이렇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아온 내가
밤사이 내린 빗줄기에 그만 넘어갔네
고민이 많은 것처럼 불러냈지만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미 답은 났네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쏟아지던
난처한 질문은 용케 넘어갔지만
나의 마음은 그리로 슬쩍 넘어갔네

한쪽 어깨가 적잖이 젖어갔지만
마주 앉은 그 사람 그냥 웃네
하고 싶던 말이 산더미 같았지만
오늘은 그냥 일단은 넘어갔네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쏟아지던
난처한 질문은 용케 넘어갔지만

나의 마음은 그리로 슬쩍 넘어갔네

넘어갔네 넘어갔네 넘어갔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아온 내가
밤사이 내린 빗줄기에 그만 넘어갔네
괴로운 듯이 눈썹을 찡그렸지만
비가 그치기 전에 이미 답은 났네

나는 그 사람이 좋네
홀딱 넘어갔네


이 곡은 고래야 멤버들의 노래·소금·거문고·기타·타악기들이 어우러져, 사랑에 빠진 사람이 고백하려고 자리를 마련했지만 고백은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사람에게 빠져들기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시는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 남자에게 빠져든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요. 영상을 보시면 가사가 더 잘 와닿을 것 같네요.

고래야는 자신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의 대중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현재의 대중음악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음악을 ‘과거에 충실한 한국의 전통음악인 동시에 현재에 충실한 대중음악’으로 표현하고 있고요. 고래야 뿐만 아니라 현재의 국악인들에게도 이 두 가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죠. 현재의 ‘대중’음악에 걸맞은 ‘전통’국악을 찾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현재의 일반 대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전통음악의 맛이 살아 있는 곡이라 생각해서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들으시는 분들마다 생각이 다르시겠지만 말이죠. 저는 처음 듣게 된 후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따라 불렀네요.

△글 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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