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바꾼 미국行…초봉 9000만원에 글로벌기업 입성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6.10.13 17:10

[피플]김동영 비아컴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

"한국에 있었다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겠죠. 디자인에 대한 열정만으로 무작정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올해 4월 글로벌 미디어 그룹 비아컴(Viacom)에 디지털 프로덕트(digital product) 디자이너로 취업한 김동영씨(31·사진). 초봉 8만불(한화 약 9000만원)에 뉴욕 타임스퀘어에 자기만의 책상을 가졌지만 스물 여덟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다.

2006년 미국 아이오와에 살던 이모댁에 방문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지방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던 내성적인 성격의 김씨가 지역 칼리지에서 취미로 그래픽 디자인 수업을 듣게 된 것.

"아이오와는 미국에서도 완전 시골이잖아요. 그 지역 학교에 있던 교수님들의 칭찬이 정말 대단했어요. 무언가를 할 때마다 '잘한다, 잘한다'를 아끼지 않으니 내가 정말 재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급기야 칼리지에서 만든 그래픽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뉴욕 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예술대학에 진학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겨우 한 학기를 다닌 시점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군대를 갔지만 디자인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2013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대출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무작정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으로 먹고 살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했다.


SVA에 재입학한 그는 사용자 편의(User Interface)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다. 비주얼만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는 쓰기 편한 기능적인 디자인이 마음을 끌었던 것. SVA는 광고 업계에서 유명한 학교였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비주얼을 중시한 마케팅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 그의 포트폴리오는 다른 이들과 달리 사용자 편의를 중시한 실용적인 디지털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졸업 후에는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 뉴욕의 디지털 에이전시들을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 올려놓은 그의 개인작품을 본 비아컴 관계자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게 됐고 취업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취업난이 심각하다지만 뉴욕의 취업난도 만만치 않죠. 인터뷰하면서 영어 때문에 말문이 막힌 적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디자인한 작품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면 일하는 데 문제가 없었죠. 중요한 건 나의 실력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느냐, 얼마나 준비가 됐느냐였죠."

그는 아직 아마추어 디자이너이다. 지금은 비아컴에서 모바일 시대에 맞춘 새로운 방식의 TV 앱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VR(가상현실)이나 무인자동차 같은 신기술 분야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제가 한국에서 디자인을 한다고 했다면 다들 뜯어 말렸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덜 신경 쓰는 미국에 왔기 때문에 과감하게 디자인을 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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