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더 힘들게 하는 것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6.10.14 06:37
"국가를 구성하는 데서 우리가 생각하는 최대선(善)과 최대악(惡)이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작은 형인 글라우콘과의 대화에서 좋은 국가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소크라테스는 "갈라져서 여러 개로 분열되는 것이 국가에 있어서 최악이고, 결속과 통일이 국가에서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국가를 결속시켜주는 것은 가능한 한 모든 시민이 '같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쁨과 고통의 공유'라고 정의했다.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해 주는 것이 국가를 결속시키는 힘이라는 얘기다.

2016년 대한민국은 이념과 계층으로 나뉘고, 연령과 지역으로 편 가르기가 일상화돼 파편화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올바른 지식을 토대로 한 진지한 조언보다, 인기영합적이거나 단편적 지식으로 나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방적 주장은 건설적 의견개진이 아니라 '배설'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빅 2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제품 하자에 따른 리콜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여기저기서 배설의 쾌감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발화문제나 현대차의 일부 에어백이나 엔진 문제 등의 잘못을 덮어 줄 생각은 없다. 제조과정에서의 실수는 충분히 비난받아야 하고, 또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일부 대기업들이 '기쁨과 고통의 공유'에 있어서 모든 시민들이 100% 동의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책임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의 난국에서 우리 사회가 한국 사회(국가)의 일원으로서 이들을 대하는 자세는 바른 길로 가는 데는 모자란 느낌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소손(발화) 문제가 터지자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든다. 국회며 언론이며 소위 전문가들에서부터 일반 네티즌까지 모두가 전문가인 마냥 '때리기'에 바쁘다.


특히 국가의 수호자(플라톤의 국가에서의 표현. 정치인을 지칭)들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의 디딤돌로 이 사안에 접근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재벌 체제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의 쇠침대'에서처럼 큰 덩치의 다리를 자르라고 한다. 성장하지 못한 다른 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덩치를 줄이도록 정책을 펴 키 높이를 맞추자는 발상이다.

이 수호자는 '갤럭시공화국'이 문제라는데, 갤럭시라는 제품이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졌을지 묻고 싶다.

한국의 기업생태계를 '동물원'으로 비유했던 또 다른 수호자는 삼성과 현대차의 내부 모순이 쌓여서 위기를 부정하는 단계라며 문제점 인식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언은 대안제시를 전제로 하는데, 아무 대안없이 '당신들 문제야!'로 끝난다.

수십년간 해양전문가였던 여당의 한 수호자는 갑자기 배터리 전문가로 변신해 삼성전자도 완전히 알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밝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등주의나 조급증이 문제이며, 창의력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입들도 부지기수다. 느긋하게 2등주의로 했으면 이런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얘기일까. 창의력은 '뚝딱' 말만 하면 그저 생긴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결과론의 패착들이다.

이 사회의 수호자들이거나 사회의 '입'이라면 최소한 '기쁨과 고통의 공유'에 대한 자질은 필요하다.

매일 끊임없이 글로벌경제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천수만의 대안을 앞에 두고 기업들은 고민하고 있다. 말 한마디의 무게가 천근과도 같은 국가 수호자들이 가볍게 던지는 말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어깨를 짓누른다.

모두가 아직 잠에서 덜 깬 오전 6시 삼성의 서초사옥과 현대차의 양재사옥은 먼저 출근한 임원들로 오늘도 이른 불이 켜진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 비난이 아니라 대안제시와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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