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 모든 게 '역대급' 갤노트7, 출시부터 단종까지 비운의 2개월사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 2016.10.13 07:59


삼성전자가 정식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11일 갤럭시 노트7 판매를 접었다. 수조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전량 리콜을 진행했음에도 배터리 발화 문제를 잡아내지 못한 까닭이다.

갤노트7은 여러모로 '역대급' 스마트폰이다. 지난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갤노트7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갤노트7은 매우 좋은 의미의 '역대급' 기기로 평가됐다.

지문인식에 홍채인식 기능을 더해 보안을 강화했고 노트 시리즈에는 처음으로 방수·방진 기능을 적용했다. 노트 시리즈의 상징인 S펜은 이제 물이 묻은 화면 위에도 메모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해졌으며 심지어 외국어 번역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들은 디자인, 특히 색상 면에서 '감각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종종 들어왔다. "삼성전자 특유의 '아재' 스타일" "여심을 한참 비껴가는 촌스러운 '건희핑크' 색상" 등등. 하지만 갤노트7은 달랐다. '아재' 느낌을 덜어낸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으로 여심과 남심을 고루 자극했다.





갤노트7의 인기는 숫자로 증명됐다. 8월 6일 시작돼 갤노트7이 정식 출시된 같은 달 19일까지 진행된 예약판매에서 약 40만대가 팔려나갔다.

아직 이렇다 할 사용후기가 없는 상황이고 출시 초기 판매되는 제품엔 으레 여러가지 버그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지만 갤노트7의 개선된 디자인과 기능에 서둘러 갤노트7을 '찜'한 소비자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삼성전자와 각 이통사들이 덤으로 얹어준 기어핏2, 액정파손 수리비용 지원 등의 '사은품 버프'도 한 몫했다.

판매량도 '역대급'의 최고 수치를 찍을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았던 갤노트7은 그러나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다.

갤노트7의 배터리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기기가 새카맣게 타버렸다는 내용의 여러 인증사진과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뿐만이 아니었다. 해외에서도 발화로 의심되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갤노트7 사용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갤노트7을 충전하기 겁난다'는 사용자들의 이야기가 늘어갔고 대비책으로 자는 동안 갤노트7을 프라이팬 안에 넣어두라는 씁쓸한 '꿀팁'이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갤노트7을 '데스노트'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게임 화면 속 폭탄을 갤노트7으로 바꿔 합성한 패러디짤을 만들기도 했다.

정확히 한 달 만이었다. 갤노트7을 출시한 지 딱 한 달이 지난 9월 2일 삼성전자가 '갤노트7 전량 리콜' 방침을 발표했다. 2017년 3월 31일까지 구 갤노트7을 배터리 발화 문제가 없는 새 갤노트7으로 모두, 조건 없이 바꿔준다는 얘기였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판매점 혹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문의해 배터리 발화 문제가 없다는, 안전하다는 새 갤노트7으로 기기를 교환했다.

기존 기기와 구별되도록 배터리 잔량 표시가 초록색으로 바뀐 새 갤노트7은 구 갤노트7과 달리 비행기 기내에서도 사용 및 충전이 가능했다. 언제 내 휴대폰이 연기를 내며 발화할지 몰라 맘을 졸여온 소비자들은 서둘러 새 제품으로 교환해 갔다. 10월 8일까지 새 제품 교환율은 85%를 기록했다.

이렇게 배터리 발화 논란은 종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흉흉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새로 바꿔온 갤노트7도 배터리가 터질 수 있다는, 아니 이미 폭발한 사례가 있다는 얘기였다. 까맣게 그을린 갤노트7이 흰 연기를 내뿜는 영상은 새 기기를 안심하고 사용중이던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대적인 리콜을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이미지 훼손을 수습하려던 삼성전자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리콜을 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니 남은 선택은 '버리기'뿐. 리콜 후 10월 1일 판매를 재개한 갤노트7은 10일 생산이 중단됐으며 다음날인 11일 생산과 판매 모두 중단됐다. 단종이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만에(블랙 오닉스 모델은 4일 만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간 갤노트7. 올해 말까지 교환, 환불 절차가 진행되는 갤노트7의 사용자들은 이 불안한 기기 덕분에 당분간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고민에 들어갔다. '역대급' 스마트폰을 대신해 새로 사용할 기기로 무엇을 선택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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