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위기, 이병철·이건희 회장이라면…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6.10.12 06:15

갤럭시노트7 사태로 최악국면 맞아..'초일류' 삼성 만든 경영자들의 조언은

삼성 딜라이트샵에서 갤럭시노트7 전시제품이 11일 오후 모두 회수 조치됐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날 오전 개점 당시의 모습이다. <br>/사진=임동욱 기자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대박'을 기대했던 갤럭시노트7는 출시 50여일 만에 단종됐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큰 상처를 입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조차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12일 수요사장단 협의회에 참석한 삼성 사장단의 굳은 표정은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앞으로의 대처 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 선뜻 입을 열 수 있는 사장은 없었다. 간신히 입을 뗀 한 삼성전자 사장의 입에선 "비통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이 암울한 상황에서 삼성 내부 뿐 아니라 업계의 시선은 '오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린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책임경영'을 예고한 이 부회장은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이번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이번 사태에 따른 후유증 해소 및 조직 개편 등 그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전문경영인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무선사업부(IM)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 결정은 이 부회장의 몫이다. 경영자로서 가장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부회장의 조부와 부친, 즉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선대회장과 삼성전자를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 회장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놨을까.

◇이병철 회장 "실패라고 판단서면 미련 버려라"

삼성 창업자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대세가 기울어 이미 실패라고 판단이 서면 깨끗이 미련을 청산하고 차선의 길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업은 반드시 시기와 정세에 맞춰야 하고, 무모한 과욕은 버리고 자기 능력과 그 한계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의욕적으로 내놓은 제품이라고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이를 포기할 수 있는 냉철함이 필요하다는 것. 결과적으로 이번 갤럭시노트7의 단종은 호암의 조언대로 '차선'을 택하기 위한 냉철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도 강조했다. 매사에 성급하지 말아야 하며, 무리하게 사물을 처리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것. 삼성 입장에서 갤럭시노트7의 리콜 과정 등을 복기할 때 뼈아픈 부분이다.

아울러 "거짓이나 꾸밈은 개인에게나 국가, 사회에도 대환(大患)"이라며 언제나 정직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고 정직하게 사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제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모두 서로 덕을 보는 공존공영의 원칙을 엄수함으로써 기업은 발전한다"고 했다.

'신상필벌'의 인사관리도 강조했다. 호암은 "회사 내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 문제점을 과감히 제거하고 용서하지 않는 경영자를 흔히 냉혹한 사람이라고 평하지만, 정작 냉혹한 사람은 잘못을 덮어두고 미온적인 경영으로 회사와 본인의 장래를 망치고 결국 사회를 혼란케 하는 경영자"라고 했다.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자가 과감하게 인사 쇄신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호암은 "기업은 결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며 "변화에의 도전을 게을리 하면 기업은 쇠퇴하며,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재건하는 것은 지난(至難)하다"고 경고했다.

◇이건희 회장 "정신적 패배주의 극복하라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 위기에 대처하는 경영자의 지혜를 담았다.

이 회장은 우선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 경영에서 실패 경험만큼 귀중한 자산은 없다"며 "사전 준비 부족, 안이한 생각, 경솔한 행동이 실패의 3요소인데, 실패는 그대로 방치해 두면 독이 되지만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교훈을 찾아내면 오히려 최고의 보약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유 있는 실패는 반기지만 터무니 없는 실패,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다"며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와 같이 리콜 후에도 다시 품질 문제가 재발하는 등 실패가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20년 전 경고한 셈이다.

정신 재무장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잘 나가던 일류 기업이 한 번 패배해서 이류 기업이 되고 나면 다시 일류로 올라서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패배 자체의 타격보다 패배의식이 심중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몸을 던져서라도 난관을 돌파하는 '럭비 정신'으로 현재의 정신적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공황이 닥쳐도 공황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과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제품 불량'은 아예 '암'으로 규정했다.

"불량은 수치로 표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0만개 중 하나가 불량이어도 그것을 산 고객은 100만개 전체를 불량으로 생각한다. 암세포의 분열과 전이를 그대로 닮은 것이 바로 불량 제품에 대한 소문이다. 초기에 발견해서 잘라내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사람을 죽게 하는 것까지 똑같다. 이 불량이라는 암도 내버려두면 기업을 죽게 한다. 결국 암적 증상의 조기 발견과 퇴치가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게 된다"

이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질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1995년 삼성전자가 판매한 무선전화기 중 불량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시중에 내보낸 15만대 전부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거나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회수된 제품은 공장 전 임직원들 앞에서 소각됐다. 이 회장은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무려 150억원에 달했다"며 "5가지 모델 중 4가지는 아예 생산을 중단했고, 대신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회고했다. 당시까지 4위에 머물러 있던 삼성전자 무선전화기의 시장 점유율은 3년 뒤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경영자는 기업의 모든 측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영에서 모든 관련 요소 중 한 요소라도 수준이 낮으면 바로 그 수준에서 전체 성과가 결정되고 만다"며 "어느 한 부분의 우월성만 가지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거나 외부에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했다.

겸손한 자세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업인은 조직에 나타나는 자만과 오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사업이 자기 힘만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태만과 부패가 시작되고 고객이나 제품 개발에 소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일시적 이익보다는 신용을 얻으려고 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한 번 신용을 잃게 되면 아무리 좋은 품질, 싼 가격으로도 고객의 발길을 되돌려 놓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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