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쉽게 빗대자면, 아주 조금씩 어디서 본 듯한 클리셰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저씨’의 원빈이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 벤 애플렉의 솜씨는 ‘원샷 원킬’이다. 여기에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자폐아 암살자’라는 독특한 소재로 관객을 현혹하다, ‘올드보이’의 결말처럼 충격적이진 않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으로 나름 훈훈한 마무리를 짓는다. 정상인과 비 정상인을 대하는 ‘차이’에 대한 철학적 물음은 덤으로 남겨진다.
자폐아로 태어났지만, 수에 대한 탁월한 능력을 지닌 크리스찬(벤 애플렉). 수학천재인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마약 조직의 검은돈을 봐주는 회계사로 살아간다. 어느 날 그가 비밀리에 한 행동으로 조직과 국가의 표적이 되자, 낮에는 회계사로 밤엔 킬러로 살아가던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벤 애플렉은 정상적인 지적 행동가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대인관계에 약하고 남과 식사 한 끼 하지 못할 정도로 비사교적이다.
어린 시절 자폐아 클리닉을 찾았을 때, 아버지가 ‘아이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컨설턴트가 이렇게 되묻는다. “‘정상’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영화는 액션 속에 감춰진 인간의 이중성과 내면에 관한 세밀한 고찰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자폐아를 낙오자로 등식화하는 세간의 보편적 기준이 ‘정상’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차이’가 더 돋보이는 무기로 존재할 수 있음을 끊임없이 묻고 있는 셈이다.
재무부 범죄 전담반 국장 레이킹이 크리스찬이 겨눈 총구 뒤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능한 직원이고 비겁한 남자였지만 좋은 아빠였다”고. 우리의 이중성은 자폐적 병명을 얻기 전부터 시작된 본질일지 모른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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