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낙관론의 함정

머니투데이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 | 2016.10.11 10:45

[머니디렉터]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박중제

투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종의 확률게임이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누구나 예측을 하고 확률에 베팅을 한다. 다만 사람마다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어떤 사람은 달무리를 보고서 내일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비가 오기 시작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비가 오는구나'하고 생각한다. 전자가 멋있어 보이지만 대신 틀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투자의 세계에서는 전자보다 후자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주 틀릴 수 밖에 없는 예측을 최대한 줄이고 판단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었을 때야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행동으로도 어느 정도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의 가격에도 이른바 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가격 움직임이 상승, 하락 확률을 50%씩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가격이 오르고 떨어지는 가격이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 특히 굉장히 큰 가격 흐름,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추세에는 순응하는 것이 보통은 합리적이다.

그래서 어떤 가격이 강한 추세를 형성할수록 투자자들은 점차 그 가격에 대한 예측을 줄이고 관성에 몸을 맡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추세가 되고 유행으로 발전해 결국 신화가 된다.

추세가 신화가 됐을 때 달무리를 보고 비가 올 것을 예측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긴다. 달무리가 아니라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비가 오는 것을 대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먹구름을 보고서도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화로 굳어질 만큼 강력했던 추세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증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 꼭 눈에 보일 필요는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달무리와 먹구름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함이 입증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누구도 꼼짝할 수 없는 말 그대로의 강력한 증거, 요컨대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볼 때까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투자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극도의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현상은 필자에게 늘 수수께끼 같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의 고민으로 내린 결론은 우선 사람들이 투자 손실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손실을 좋아하는 투자자는 없다. 그러나 손실을 절대 용인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손실은 무조건 피하기 위해서는 꼭 검증된 편안한 길로만 가게 된다.

그런데 검증된 편안한 길이 안전한 길도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검증된 길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길이다. 강력한 추세에 반하는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길은 성공을 하더라도 많은 위험과 고통이 뒤따른다. 예를 들면 커리어 리스크(Career risk)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거대한 가격 추세에는 항상 심리 사이클이 존재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펀더멘털과 투자 심리의 괴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시장이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며 또 다른 한편으론 그래도 시장은 비교적 매우 합리적이다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는 이번 글에서 지난 4년간 추세에서 신화로 발전한 강달러의 심리 사이클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강달러의 심리 사이클이 다음 그림과 같은 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단계 절망(Despair) → 2단계 침투(Stealth) → 3단계 인식(Awareness) → 4단계 열광(Mania) → 5단계 폭발(Blow off)

달러는 2011년 5월에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한동안은 달러 강세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것이 2단계 침투의 과정으로 달러에 대한 비관론은 극에 달했지만 이상하게도 가격은 스물스물 올라가기 시작한다. 시장이 완벽히 합리적이지 않지만 비교적 매우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침투 단계에서는 대중의 믿음과 다른 방향의 가격 움직임이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2011년 8월 초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미국 달러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이를 두고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3단계 인식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큰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달무리를 보고 날씨를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인식과정이 전개되며 이제는 먹구름이 몰려들고 일부 투자자들은 추세의 전환을 더욱 확신하게 되지만 이 같은 생각이 대중적으로 공유되기는 어렵다.

4단계인 열광에 이르러서는 다수가 달러 강세를 인정하고 투자에 나서게 된다. 이때는 달러 강세의 원인이 명확해진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수 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셰일 에너지 혁명과 모바일 대변혁을 주도했으며 ‘Re-shoring’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도 부활했다. 사회, 경제적으로 추세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경제 데이터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대중의 일반적 생각이 바뀌고 이것이 급격한 상승 추세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달러 강세의 심리 사이클이 5단계인 폭발(Blow off) 과정으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달러강세론자들은 결국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므로 달러는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에서 그나마 미국만큼 성장하는 국가가 어디 있냐고 반문한다. 이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맹점이 있다. 이는 강달러의 신화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낙관론의 함정(Bull trap)이다.

우선 연준이 결국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은 조건부로 치환해 생각해야 한다. 2015년 12월 금리를 인상한 이래 지금까지 추가 인상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위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무리를 해서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다는 점은 명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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