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11㎞… 도로위 애물단지 '따릉이'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홍재의 기자, 박광범 기자, 이슈팀 이지연 기자 | 2016.10.16 06:00

[이슈더이슈 - 따릉이 1년①]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 운전·보행자 배려 여전히 부족

편집자주 | 지난해 10월 15일 추진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도입 1년째를 맞아 직접 서울을 누비며 피부로 느낀점을 전달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부족과 미흡한 법규 등을 짚어보고 해외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따릉이는 지난해 9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그 다음달 4대문안·여의도·상암·신촌·성수 등 5곳에 대여소 150곳·2000대로 시작해 426곳·5600대로 확대됐습니다. 2020년까지 2만대를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가 도심에 배치 된 모습. 따릉이는 이달 15일 출범 1년째를 맞는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타는 모습을 가족들에겐 보여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교통비 절약에 운동까지 일거양득이라고 설득해도 차로에서 '목숨 내놓고' 위태롭게 페달 밟는 모습을 부모님이 보신다면 '등짝 스매싱'으로 이어질 게 뻔합니다.

◇'목숨 내놓고' 11㎞… 자전거 전용도로는 0㎞

가을 늦더위가 내리쬐던 지난 4일 청량리를 찾았습니다. 청량리는 서울에서 1호선 지하철이 개통된 장소이자 춘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곳. 즉 친환경 교통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이곳에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까지 11.48㎞를 친환경 교통수단 따릉이로 이동했습니다.

버스·택시 기사들의 구박과 칼치기 운전자, 오토바이와 트럭까지 피하고 보행자들의 눈총을 받으며 오후 5시 15분부터 2시간 19분을 달렸습니다.

도입 1년이 흘렀지만 따릉이로 서울을 즐기기에 도로여건은 녹록지 않습니다. 청량리역 인근 따릉이 대여소(633·청량리 기업은행 앞)에서 제2롯데월드까지 전용도로는 없었고 대부분 보행자 겸용도로거나 일반 차로입니다.

촘촘하지 못한 대여소도 아쉬웠습니다. 제2롯데월드에 도착했지만 따릉이를 반납할 곳도 없어 가장 가까운 대여소(515·광양중학교 앞)까지 2.3㎞ 넘게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현재 따릉이 대다수는 도심 등 업무지역에 밀집해 있고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를 비롯해 강북·노원구 등에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각 대여소간 평균 거리는 500m 이하라고 해도 아직 도심을 제외하고는 간격이 꽤 멉니다.

도착할 때까지 같은 따릉이 반납·대여를 두 차례 반복했습니다. 여러 시민이 사용하는 만큼 한번 빌리면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시간 이상 대여하면 30분마다 1000원의 추가금이 부과됩니다.

인프라 확충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특히 운전자와 보행자 등의 부족한 배려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서울연구원이 올해 7월 발표한 시내 자전거도로 현황.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전거도로는 775.9㎞로 집계됐다. / 자료제공 = 서울연구원

◇운전·보행자 틈에 낀 '따릉이'… 도로의 '애물단지'

따릉이를 직접 타보니 자전거는 운전·보행자 모두에게 환영 못받는 '애물단지'입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차'로 분류돼 인도주행은 범칙금(2만~3만원) 부과 대상입니다. 인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차와 같은 수준에서 처벌받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섰지만 선뜻 페달을 밟기가 겁이 났습니다. 법에 따라 차로를 이용하는 게 맞는데도 시속 수십㎞로 질주하는 차들을 보면 선뜻 페달이 밟히지 않네요. 헬멧까지 착용해도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괜히 했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 사이로 첫 페달을 밟았습니다. 차로에선 가장 우측으로 통행해야 하고 중앙선 위반과 신호·속도 등 자동차에 맞춰 이동해야 합니다. 위반하면 법에 따라 벌금을 받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출발'. 100m도 채 가지 못하고 좌회전을 하기 위해 곧바로 따릉이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도로 우측으로만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가 좌회전하려면 횡단보도로 건너야 하는데 이때는 끌고 이동해야 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탄 지 5분도 안돼 버스에 밀려 따릉이가 중심을 잃고 휘청였습니다.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고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면서 우측 도로를 달리던 따릉이와 추돌할 뻔 했습니다. 자칫 심하게 흔들렸거나 핸들을 놓쳤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어깨에 스치듯 다가오는 버스 때문에 몸이 휘청일 정도였다

이런 경우는 이동하면서 수차례 겪었습니다. 운전자 입장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맨몸으로 달리는 자전거가 느끼는 공포는 상당히 컸습니다. 10년차 택시 운전자는 자전거를 오히려 피해간다며 "차라리 인도로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행속도는 떨어졌습니다. 자전거 주행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오픈라이더로 확인해보니 평균 속력은 시속 10㎞에 불과했습니다. 통상 자전거 속력은 도심에서 시속 15㎞가량입니다. 이를 감안해 시간을 맞추려면 인도·횡단보도 등에서 '불법주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로 위 자전거 사고는 인명피해로 직결됩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자동차·오토바이 등(원동기 이상)으로 인한 자전거 사고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189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자는 2014년에 16명, 2013년 11명입니다.

다행히도 따릉이를 타면서 다친 사람은 아직까진 많지 않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보험료는 13건, 119만5000원이 지급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체인이 넘어져서 다치는 등 경미한 치료·입원비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릉이는 달리고 싶다"… 자전거 차로 6.6%, 전용 12.8%

따릉이가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특히 청량리에서 제2롯데월드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차로에 설치된 자전거우선도로이거나 인도에 보행자 겸용도로로 달릴 수 있는 도로였습니다.

이마저도 상당히 나아진 여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울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로 지정된 곳은 서울 도심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강·중랑천 등 지천 중심으로만 돼 있습니다. 지천으로 가려면 그야말로 차로를 '뚫고' 가야 합니다.

서울연구원이 올해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시내 전체 자전거 도로는 775.9㎞이며 이 중 차도에 일부를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도록 구분한 '자전거 전용차로'는 6.6%(51.8㎞)에 불과합니다. 아예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한 전용도로는 한강 등 하천을 중심으로 12.8%(99.5㎞) 수준입니다.

김성영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안전한 자전거전용도로가 만들어지려면 '차도 다이어트'가 필요한데, 아직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자전거 도로가 있더라도 따릉이로 다니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차로에 자전거 전용차로·우선도로가 지정돼 있더라도 버스 정거장과 택시 승·하차뿐 아니라 불법 주·정차로 가로막힌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법에 따라 자전거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버스전용차로를 제외한 우측차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법을 지키려면 도로 한복판에서 버스와 일반 차량 사이를 지나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5월에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기 부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피해 3차로 중 2차로를 주행 중인 자전거가 '느리게 가서 화가 난다'며 타고 가던 차량으로 밀어붙인 것입니다.

자전거는 차량을 앞지르기 위해 더 안쪽 차선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사고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전거 도로를 갓길처럼 이용하는 차량이나 대놓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도로 내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는 3만1143건으로 전년(2만6532건)보다 17.4%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7월 현재 1만9819건이 자전거 도로 주·정차위반으로 단속됐습니다.

한 자전거 이용자는 "단순히 도로지정이나 확장보다는 서로 배려해주고 매너를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부족한 인프라와 운전·보행자들의 눈총에도 자전거 인구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구총조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답한 서울시내 직장인은 2005년 3만1168명에서 2010년 5만9751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어버이날, 용돈 얼마 받고 싶으세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3. 3 "딩크로 살래" 부부관계 피하던 남편…이혼한 아내 충격받은 사연
  4. 4 하루만에 13% 급락 반전…상장 첫날 "183억 매수" 개미들 '눈물'
  5. 5 "현금 10억, 제발 돌려줘요" 인천 길거리서 빼앗긴 돈…재판부에 읍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