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빼라"…中 광군제 마케팅도 눈치작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6.10.08 03:30

'사드' 갈등 한류마케팅 제동으로 번져…中 스타만 활용하는 업체도

한류스타 현빈이 출연하는 메디힐 광고 영상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은 다음 달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를 앞두고 홍보 영상을 2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브랜드 대표 모델은 한류스타인 배우 현빈이지만 걸그룹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페이를 앞세운 영상도 따로 만들었다.

메디힐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고조됐던 7~8월보다 한류 제재 바람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해석도 있지만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한다고 보는 게 더 맞다"며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가 대규모 쇼핑행사를 망칠까봐 중국인 모델 마케팅도 동시에 준비하는 듀얼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의 사드 갈등이 한류스타를 앞세운 국내 화장품 ·패션 기업의 마케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중국 유통기업들이 광군제를 앞두고 한국 업체에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금한령(한국 연예인 방송출연 금지조치)'을 내렸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유통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한류스타 마케팅 부담"…中 대형 유통사도 눈치=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몰', '징동닷컴', '주메이' 등 주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광군제 쇼핑행사를 앞두고 마케팅 홍보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2009년 11월11일 독신자를 위한 대대적 할인행사로 시작한 광군제는 중국 최대 쇼핑일로 탈바꿈했다. 올해 광군제 매출이 1000억 위안(약 16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최고의 소비시즌으로 부상한 광군제를 맞아 중국 유통업체들이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홍보전을 펼치는데 국내 기업들은 한류스타 마케팅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를 적극 활용하고 싶지만 중국 정부 눈 밖에 날 것이 두려워 자제하는 분위기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전속 모델 엑소 중 중국인 멤버 레이만 광군제 마케팅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랜드도 광군제 때 한류 스타를 앞세운 홍보영상이나 이벤트 등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 출연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방송·영화 등 문화 사업 뿐 아니라 뷰티·패션사업 한류 마케팅을 펴는데도 보이지 않는 제약이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 3월 태국 플래그십슽어 오픈을 기념해 진행한 전속모델 엑소 팬사인회에 현지팬 5만여명이 몰렸다./사진=머니투데이 DB

◇사드 후폭풍 언제까지…매출 타격올까 초긴장=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사드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나 구체적인 지침이 없지만 한국 기업과 관계된 고위 공직자나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어 긴장감이 더하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기조나 정책 방향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몰라 답답하다"며 "최근엔 사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언제 다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 같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사업 전략이 수시로 바뀐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경우 지난달까지 한류스타 마케팅을 전면 중단했지만 이달 들어 일부 한국 입점 브랜드에 한류스타 사인회 생중계 등을 제안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정국 이후 중국 현지 매출에 큰 변화가 없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가장 두렵다"면서 "회사 매출의 절반이 중국 고객들에게서 나오는 만큼 중국 사업이 잘못되지 않도록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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