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바흐로 돌아온 정경화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라 행복"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10.05 16:39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앨범 발매…11월 예술의전당서 콘서트 예정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5일 열린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잠시 손에서 내려놨던 그는 15년 만에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8)가 5일 워너클래식에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앨범을 발매했다. 2001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녹음한 앨범을 낸 뒤 15년 만이다.

정경화는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메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부상으로) 연습은 예전처럼 못했다"면서 "5년 쉬는 동안 머릿속으로 (계속) 바흐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멈춘 적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경화는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바이올린을 잡지 못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돼 2010년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6년여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녹음을 완성했다.

그는 "(부상 이후) 줄리어드 음악원 교수 생활하면서 이런 기적을 바라보지 못했다"며 "연주하는 것만 해도 행복하고 마음이 벅찼다"고 말했다.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소나타 3곡, 파르티타 3곡으로 연주시간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곡은 다른 반주악기의 도움 없이 오롯이 바이올린의 선율과 울림만으로 바흐의 음악 세계를 재연해내야 하는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겐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는 것과 같은 곡으로 유명하다. 고 난이도의 기교와 바흐 음악에 대한 통찰 없이 도전하기 어렵다.

정경화는 1974년 이 곡의 일부를 녹음한 적은 있지만 당시 전곡 녹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42년 만에 전곡 녹음을 완성한 셈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행복해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야) 정말 나왔구나 싶어요.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아요." 앨범 발매 소감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15년 만의 앨범이 왜 하필 '바흐'일까. 정경화는 그의 음악을 시·공간을 초월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바흐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갖고 있어요. 음악가 중 누구도 이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어요. 바흐의 음악은 영적으로 너무 순수하고 깨끗하죠. 어느 우주에 갖다놔도 포용할 수 있는 음악이에요."

정경화는 다음달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바흐 음악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사진제공=크레디아

그는 당분간 숨을 고른 뒤 관객을 만난다. 10월 예정된 영국 공연은 뒤로 미뤘다. 녹음하는 동안 무리하게 쓴 손가락 때문이다.

정경화는 "진통제를 먹으면서 녹음했고 아직 손이 회복 중"이라며 "완쾌하고 나가서 조금도 부담 갖지 않고 연주하는 것은 나도 원하지만 청중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을 만나는 공연은 11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다. 그는 2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을 오롯이 바이올린만으로 채운다. 내년 5월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복귀 무대가 예정돼있다.

어느새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그럼에도 그는 "체력적으로 끄떡없다"고 자신했다.

"무대 오르는 사람들 다 그렇지만 힘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쓰러져서 숨이 넘어가도 무대에 서서 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바흐 영혼 속에 들어가서 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정말 흥분되고 기적적인 일입니다."

그는 또 "오늘 당장 연주 못 해도 앞으로 할 일은 너무 많다"며 한국의 훌륭한 젊은 연주자들을 이끌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바이올린을 한 지 63년이에요. 슬럼프도 있었지만 결국 음악을 사랑하고 바이올린에 미친 사람이어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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