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선물거래 평소 140배… 투기세력 몰렸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6.10.04 17:51

4일 1.9만주 선물 계약, 상장 후 역대 최대 규모… 선물 매도 효과, 공매도와 같아

한미약품 주식선물이 늦장공시와 주가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평소 거래량의 140배가 넘는 거래가 4일 이뤄졌다. 투기세력이 시장에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기관은 선물 거래를 통해 향후 한미약품 주가가 더 떨어질 것에 베팅했다.

이날 한미약품 개별주식 선물은 총 1만8948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7월 18일 상장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달 29일까지 평균 계약(131계약)의 144배 수준이다. 거래 대금은 885억원에 달했다.

가격(10월 만기 기준)은 전일보다 6.82% 떨어진 47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 투자자는 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 보다 825계약 많았는데, 향후 한미약품의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본 셈이다.

개별주식 선물은 하락장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선물 매도 계약을 체결하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공매도 거래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공매도 공시 강화로 일부 투자세력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물 거래로 이동했을 것으로 본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처음 주식 선물이 상장된 이후 계약 규모가 미미 했다. 평균 131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선물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기술수출 호재 후 30일 수출 계약 해지 공시가 나오면서 계약이 급증했다.

지난 9월 30일 한미약품 선물 계약 건수는 1만2477계약으로 평소 계약건수의 95배, 전일보다 50배가량 많았다. 계약금액은 695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증가와 함께 선물 시장에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결제수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30일 미결제수량은 1076계약으로 전일보다 3배 이상 늘었는데 이는 신규로 한미약품 선물거래에 뛰어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일부 투기세력이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10월 4일 미결제량도 947계약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악재 공시 직전 주가 하락에 배팅한 물량도 많다. 공시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30일, 오전 9시부터 악재가 공시되기 직전인 9시30분까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도를 한 계약은 741계약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체 매도 계약 물량의 11.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물 거래에 새로 참여한 물량 중 일부는 투기세력으로 보인다"며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선물, 공매도, 제약섹터 ETF(상장지수펀드) 등 여러 방법을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와 선물이 거래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볼 수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며 "평균적으로 한미약품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 대칭적으로 공매도와 선물 거래도 함께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 한미약품 주식선물 = 한미약품 현물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미래의 일정시점에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한미약품 주식을 사거나 팔아야하는 의무가 부여된 계약이다. 매도 계약의 경우 공매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레버리지효과로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수익과 손실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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