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신들만의 풍경에 빠진 현대차 노조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 2016.09.30 06:56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지난해 TV드라마와 원작 웹툰으로 인기였던 최규석 작가의 '송곳'에 나온 대사다.

부당 해고, 노동조합 탄압 등 한국 내 굵직한 노동 문제를 주제로 삼은 이 만화는 현실 사회를 그대로 녹여낸 고발적 메시지로 매회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호평 받았다.

'풍경'에 대한 이 대사는 만화 속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 소장이 노동 강연에서 뱉은 말이다. 그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라며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라고 했다.

지금은 약자(노동자)로서 강자(기업)를 상대로 대등해지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 자신이 강자가 되면 이러한 노력은 금세 잊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경계하고, 여러 각도의 풍경을 이해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강자가 돼 갈 수록 이런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이해 충돌 문제는 지금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12년만에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으로 임금협상에 나서는 현대차 노조를 보면서 '자신들만의 풍경'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거 노동자들의 권리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이 억압받던 시절, 현대차 노조가 노동운동을 주도하며 노동자들의 입지 개선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 노조는 당시와는 다른 장소에 서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도 달라져 있다는 말이다.

노조는 회사가 노동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 내 생산물량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억대에 육박하는 연봉에 1000만원이 넘는 일시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스스로가 사측과 합의했던 1차 잠정합의안보다 더 나은 조건도 만족하지 않은 것이다.

올해만 20차례가 넘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은 3조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을'인 협력사들은 매일 9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정부가 23년만에 현대차 파업을 두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박유기 노조지부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소기업들이 '불매운동'까지 일컫는 상황에서도 파업을 이어가는 현대차 노조가 이들의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각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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