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의 소소한 法이야기]3년만 버티면 벌금 안내도 된다고요?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6.10.01 13:06

[the L]형 집행은 기간내에 해야…벌금 안내면 강제집행에 지명수배까지

편집자주 |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최근 5년간 받지 못한 벌금이 25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벌금은 형을 선고 받고 3년 안에 받아내야 하는데, 벌금을 받아내기 전 3년이 지나버려서 더 이상 받아낼 수 없는 벌금이 2500억원이라는 말입니다. 그럼 벌금형은 선고 받았더라도, 3년만 버티고 나면, 벌금은 안내도 되는 걸까요?

벌금형 시효 3년 "국민의 불안정한 지휘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면 안내도 됩니다. '형의 시효'라는 것이 있기때문입니다. 형법 제78조는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다음 기간을 경과함으로 인해 완성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는데, 이 시간을 넘기고 나면 벌금을 내라고 할 수도 없고 징역을 살라고 할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법을 두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불안정한 지휘를 빨리 해소시켜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선고가 났으면 집행 기관이 형을 빨리 집행해서 국민이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취지죠. 형 집행 기관이 늑장을 부려 국민이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한 조치인 셈입니다.

만약 형 집행을 하지 못해 이 시효가 지나버린다면 이는 집행기관의 잘못인 겁니다. 그래서 집행기관은 어떻게든 빨리 벌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런 저런 방안을 두고 있습니다. 형의 시효는 법원에서 선고를 받은 형 확정일부터 계산이 됩니다. 이때부터 벌금을 받아내려는 검찰과 벌금을 안내고 버텨보려는 이들 사이 3년간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벌금 안내면 노역에 지명수배, 출국금지까지…외국으로 도망가면 시효 멈춰

법원에서 벌금형이 선고가 되면, 법원은 담당 부서로 확정 기록을 보냅니다. 벌금 징수는 전국의 지방검찰청 집행과나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의 재산형 집행계에서 담당하는데, 이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벌과금 납부명령서를 발송하고 납부를 독촉합니다.

벌금은 선고받은지 30일 안에 내야 합니다. 이 날짜를 넘기면 검찰은 벌금 미납자로 '지명수배'를 내립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가진 부동산이나 은행예금, 자동차 등 본인 명의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 재산이 발견됐다면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 벌금자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정해두고 강제집행, 출국금지, 출국정지까지 시키기도 합니다.

벌금의 일부라도 강제집행을 당하면 3년의 시효가 중단됩니다. 강제집행 된 날부터 다시 3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거죠.


만약 재산을 다 살펴봤는데도 벌금으로 걷을만한 재산이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역장에서 일을 해서 갚아 나가야 합니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할 때 동시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도 함께 정해줍니다. 형법 제70조는 선고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일 경우 1000일 이상 유치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역장에서 일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으로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고액 벌금자의 경우 하루 일당이 수백억원에 달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럼 외국으로 나가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외국으로 도망가 3년만 살다가 돌아오면 시효는 끝나있을까요? 하지만 외국에 있는 시간은 3년에서 제외됩니다. 형법 제79조는 '시효는 형이 확정된 후 형 집행을 받지 않은 자가 형의 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 동안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벌금형 시효 '3년에서 5년'으로…벌금 징수 늘릴 수 있을까

강제집행에서 노역장 유치까지 피해 3년을 버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힘든 과정을 뚫고 시효를 완성시킨 이들이 지난 5년간 8만602건에 달합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만 6867건, 174억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순위별로 따져보면 지난 2006년 106억원 벌금형을 확정받고 내지 않은 J씨가 1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를 2011년 선고받은 44억원, 2014년 선고받은 24억원의 벌금이 불능처리 금액으로 처리됐습니다.

집행 기관으로서는 죽은 듯 숨어서 도망을 다니면 잡아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검찰 관계자는 "고액 벌금 미납자의 경우 특별관리 대상으로 수배를 내리고 직접 거주지에 찾아가기도 하지만 의외로 거주지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며 "실제 찾아가기 어려운 작은 섬 같은 곳으로 거주지를 바꾼 사람도 있었는데 막상 가서 보면 그곳에서 살지 않아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벌금 시효를 늘려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금태섭 의원은 "현행법상 벌금형 시효가 3년에 불과해 이를 5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효가 늘어나면 벌금을 피해 도망다니는 분들은 좀더 힘들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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